[경제 카페] 美통신업계 핫이슈는 요금인하 아닌 서비스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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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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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화망 개방해 매출 확대
韓, 칸막이 둔채 요금만 내려

한국에 SK텔레콤과 KT가 있다면 미국에는 버라이즌과 AT&T가 있습니다. 모두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거대 통신사입니다. 두 나라의 네 통신사는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우선 최근 휴대전화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음성통화 대신 데이터통화 매출을 늘려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밝힌 게 비슷합니다. 차이점은 데이터통화 매출을 늘리는 방법입니다. 한국 업체들은 통화료 인하를 답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통화료를 조금씩 내렸습니다. 미국 업체들은 통화료 인하 대신 ‘통화망 개방’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버라이즌은 현지 시간으로 16일 ‘스카이프’라는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 회사의 3세대(3G) 이동통신망에서 쓸 수 있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AT&T도 지난해 같은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를 하나 더 내놓는 게 아닙니다. 스카이프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전화 서비스인데 스카이프 가입자끼리는 통화료를 받지 않아 무료로 무제한 통화할 수 있습니다. 미국 통신사의 데이터요금은 월 60달러(약 6만9000원) 수준인데 이 돈만 내면 맘껏 전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한국은 다릅니다. SK텔레콤과 KT는 3G망으로 인터넷전화를 하는 걸 금지합니다. 음성통화 매출이 아직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여기서 손해가 날까 두려웠던 겁니다.

반면 미국 통신사들은 손해를 감수했습니다. 데이터통화 매출이 음성통화 매출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강력한 요구와 정부기관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관심도 혁신적인 정책에 한몫했습니다. 통신사들이 새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스카이프 서비스를 비롯해 인터넷전화 벤처기업의 성장도 기대됩니다. 물론 인터넷전화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달리 한국 통신업계는 최근 5년간 ‘통신요금 인하’를 주제로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통화료가 비싸다”며 통신사를 공격했고 통신사는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지금 통화료가 적절하다”며 맞섰죠. 결과는 통화료도 그대로, 서비스 수준도 그대로였습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싸움의 암울한 결과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통신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입니다. 하지만 미국 통신사들은 통신료를 단순히 내리는 대신 휴대전화용 무료 인터넷전화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를 통해 사실상의 요금인하 효과는 물론이고 산업발전까지 가능했습니다.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 앞에서 국내 업체들의 서비스 개선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상훈 산업부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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