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길거리 방황 10대 소녀들 “이제 꿈이 생겼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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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 자립학교’ 첫 수료식
연극-역할극 통해 상처 치유… 인턴십으로 자활의지 키워

설 연휴 전인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작은 단독주택 건물에서는 ‘수료식’이 열렸습니다. 이곳은 가출 후 성매매 피해를 본 16∼19세 여학생들에게 자립과 자활 기회를 지원하는 ‘늘푸른 자립학교’입니다. 지난해 9월 개교한 뒤 첫 학기를 마쳤습니다.

본보 2009년 10월 2일자 A20면 참조
▶ 활짝 열린 교문… “아픈 상처 씻고 꿈 키워요”

개교식 때 처음 만나 그동안 연락만 주고받았던 학생을 이날 5개월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동안 뒤처졌던 공부를 위해 다시 교과서를 샀습니다. 매주 연극 수업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했고요. 역할극을 통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 그리고 사회를 향해 마음을 여는 법을 다시 배웠습니다. 또래 여고생들처럼 교복을 입고 놀이동산으로 시끌벅적한 소풍을 다녀오기도 했죠.

지난해 가을 입학 당시 물었을 때 아이가 냉소적으로 내뱉었던 장래희망은 ‘범죄자’였습니다. 하지만 5개월째인 지금 아이는 사회복지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꿈을 품고 있습니다.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지난해 10월 한 달간 서울시 여성지원센터인 늘푸른여성지원센터에서 인턴십 과정도 거쳤죠. 매일 성실하게 출근해서 일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번 돈으로 밀렸던 휴대전화비도 서서히 갚아나가고 있고요. 이 소녀뿐 아니라 다른 9명의 학생도 각각 바리스타와 회계사, 간호사 등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턴십 과정을 마쳤고 8명은 애견미용과 컴퓨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아이들은 이날 수료식에 찾아온 부모님과 후원자에게 각자 그동안 직업체험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어 선물했습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2기 과정으로 올라가 고입 검정고시 공부를 하거나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게 됩니다. 밤마다 길거리를 헤매고 돈이 떨어질 때마다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던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이제는 학교에 가서 기쁘고 꿈이 생겨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이 모든 변화가 있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개월, 140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조금 더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어른들, 그리고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는 사회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기 학생들의 수료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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