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기후회의는 中외교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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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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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18일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 중 하나가 중국의 역할이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교장관은 23일 영국 가디언지 기고를 통해 “중국이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납치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는 매우 불공평하다.

2007년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192개국이 회담을 가졌다. 당시 나온 발리 로드맵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은 온실가스 문제에서 ‘공동으로 대응하되 책임은 분담한다’는 교토의정서의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개도국의 행동 범위는 선진국이 자금과 청정기술을 개도국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후변화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재원을 마련하며, 개도국과의 협조로 온실가스 증가를 억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중국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감축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중국은 온실가스를 많이 방출하는 석탄에서 에너지의 70%를 얻고 있다. 또 현재 세계 제1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여야 하는 국가다. 이번 회의 직전 중국은 스스로의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즉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 기준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2005년) 대비 40%까지 낮춘다는 것이다.

중국은 어느 개도국보다 적극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이번 회의에서 이런 감축 목표를 최고 60%까지 올릴 것을 희망했다. 중국이 이런 희망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번 회의는 중국 기후변화 외교의 승리로 볼 수 있다. 이번 회의의 합의문을 통해 중국은 여러 목적을 이뤘다. 우선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에서 확립된 원칙을 지켜냈다. 또 이런 원칙 아래 각국이 기후변화에 최대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이끌어냈다. 선진국은 의무감축, 개도국은 자발감축이라는 틀 안에서 새롭게 한발을 내디딘 것이다.

나아가 선진국이 개도국에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도 큰 진전이 있었다. 중국의 이익은 보장됐고 중국이 제3세계 국가에서의 지도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측면에서 봐도 이번 회의에서 중국 외교는 훌륭했다.

미국도 승리했다. 미국은 최근 8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를 크게 바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합의문을 근거로 내년 봄 미국 상원이 에너지와 기후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요청할 것이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2020년까지 2005년 기준으로 17%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약속은 유럽 국가들이 2020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20% 감축하겠다는 목표에 비해 매우 보수적이다. 그래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고 완전한 실패로 향하던 회의를 구했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중국에 큰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이번 합의가 미중 간 정치타협의 산물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녹색의 깃발을 높이 들었지만 회의를 주도하는 데 실패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비해 적극적이어서 유럽도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는 못한다. 중국이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각국의 책임 이행 문제만은 아니다. 큰 나라들이 이익과 영향력을 놓고 벌이는 게임과도 같다. 세계는 국제안전과 기후변화 문제에서 대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원망과 싸움을 멈추고 이번 합의문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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