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오뚝이’ 임재철 “손가락 괜찮아요”

  • 입력 2009년 10월 2일 0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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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임재철이 지난달 30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회 2루 도루를 하다 왼쪽 새끼손가락 부상을 당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임재철이 지난달 30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회 2루 도루를 하다 왼쪽 새끼손가락 부상을 당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와 2차전 도루하다 부상
“서른에 군대도 갔는데요, 뭐”

“손가락을 쫙 폈더니 새끼손가락만 고개를 들고 날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뼈를 다시 맞췄더니 이제는 괜찮네요.”

두산 외야수 임재철(33)은 씩씩했다. 지난달 30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회 도루를 하다가 왼쪽 새끼손가락이 뒤로 젖혀지는 큰 부상을 당하고도 그는 담담했다. 아마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1999년 롯데에서 프로에 데뷔한 임재철은 남부럽지 않은 재능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한화로 트레이드됐고 2004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006시즌이 끝난 뒤에는 30세의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다. 그것도 상무나 공익근무요원이 아니라 상근 예비역이었다. 30대 선수의 군대행은 선수 생활의 끝으로 여겨지곤 한다. 야구를 떠난 2년간의 공백을 메우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6시에 퇴근 한 뒤 그는 항상 근처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을 항상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해에는 집을 떠나 아예 헬스장 앞에 오피스텔을 잡아 놓고 틈만 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렸다.

제대 후 복귀한 올해 그는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섰다. 젊고 빠른 선수들이 넘쳐나는 두산 외야에서 그는 실력으로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런 그이기에 이번 포스트시즌의 의미를 각별하다. 지난달 30일 경기에서도 그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튼 3회 첫 안타는 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볼넷도 2개나 골랐고, 6회엔 도루도 했다. 지난달 2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3타수 1안타를 쳤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는 ‘가을의 사나이’다. 군복무 기간을 제외한 9시즌 동안 그는 5번이나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다. 2002년 삼성 시절에는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429(8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끝에 주전을 꿰찬 올해 반드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임재철은 “올해 제대로 한번 미치고 싶다. 군대 간 동안 애 키우느라 고생한 아내(최경선 씨)를 위해서라도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올해 가을은 과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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