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를 출입하다 보면 간혹 앳된 ‘젊은이’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폼이 분명 공무원은 아닌 듯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올해 1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한 행정인턴들. 정부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새내기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정부 부처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2일 오후 7시 경기 과천시 중앙동의 한 맥줏집에 모인 18명의 행정인턴을 만나봤습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재정부에 배속된 행정인턴들의 고민을 듣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지요.
재정부 지역경제정책과에서 근무하는 K 씨(여)가 “흔히 공무원이라고 하면 ‘칼퇴근’을 연상하는데 이렇게 밤늦게까지 일하는지 몰랐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재정분석과에서 일하고 있는 A 씨도 맞장구를 치며 “나도 어제 오후 11시 넘어 퇴근했는데 나머지 공무원들은 거의 매일같이 야근하는 것 같아 놀랐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흐를수록 인턴들의 대화 주제는 취업으로 옮겨갔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한국에 온 P 씨(여)는 “삼성그룹이 예년과 달리 올해 대학 졸업생도 뽑는다는 게 너무나 큰 희망”이라고 기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도 미국처럼 나이 제한을 없애고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행정인턴은 “정부 부처나 공기업 인턴은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추천서를 받는 게 큰 도움이 된다”며 “두세 명만 혜택을 받는 장관 추천서를 많이 늘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전례 없이 취업이 힘든 상황이지만 이날 만난 행정인턴들은 모두 자신만의 ‘꿈’이 있기에 표정이 밝았습니다. 부디 허 차관의 당부처럼 치열한 노력과 열정으로 그 꿈을 이루길 기대해봅니다.
박형준 경제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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