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형 인간]모방 벗어나 독창적 생각 키운다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아이들은 모방의 천재다.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 TV에서 총싸움 하는 장면을 보면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총을 쏘고 다닌다. 한 아이가 딱지놀이를 시작하면 순식간에 동네 전체로 퍼져나간다.

아이들이 모방을 잘하는 것은 앞쪽 뇌(이마엽)가 덜 발달됐기 때문이다. 앞쪽 뇌가 손상된 성인도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이마엽(전두엽)만 주로 위축되는 이마엽 치매에 걸린 사람은 주위 사람의 말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거나 주위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한다. 이마엽치매 환자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남들이 내리면 따라 내린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면 따라 내리기도 한다.

뇌는 앞쪽 뇌와 뒤쪽 뇌로 나뉜다. 뒤쪽 뇌는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해서 이를 실행해 줄 것을 앞쪽 뇌에 요구한다. 이에 비해 앞쪽 뇌는 뒤쪽 뇌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 없다고 맞선다.

앞쪽 뇌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여 ‘나다움’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 마치 회사에서 사원들이 여러 정보를 모아서 사장단에게 전해주지만 사장단은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일부만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앞쪽 뇌와 뒤쪽 뇌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아이들은 앞쪽 뇌가 덜 발달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쪽 뇌가 우세한 뒤쪽형 인간인 셈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람보 영화를 보면 총을 쏘는 흉내를 낸다.

아이들은 이런 모방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기술을 익혀간다. 그러다가 성장하면 할수록 앞쪽 뇌로 저울이 쏠리면서 모방을 멀리하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앞쪽형으로 변해간다.

이런 변화는 대략 11세를 전후로 시작해서 20대에 급격히 상승하고 30대에서 50대에 최고점에 달한다. 부모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의 창의성을 살려 앞쪽형 아이로 키우는 데 노력을 해야 하지만 초등학교를 넘겼다고 해서 꼭 늦은 것은 아니다.

앞쪽형 아이로 키워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비록 아이에게 주어진 환경은 다르지만 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곳에 쓸 수도 있고 나쁜 곳에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앞쪽 뇌의 첫 번째 역할은 자신의 주어진 여건, 즉 장단점과 적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두 번째 역할은 주어진 여건 내에서 자기만의 인생을 자기 나름대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내서 그것을 꾸준히 계발하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게 된다. 그래서 떳떳하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사는 앞쪽형 인간이 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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