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week]美 공적자금은 ‘예상된 선물’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7분


집값 추가하락 경계해야

미국이 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7000억 달러의 자금이 모두 투입되기 위해선 단계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그래도 월가는 반색을 하고 있다.

20일 미국 정부의 금융구제 관련 법안 제출 후 이틀 만에 다우지수가 무려 1000포인트나 뛰어올랐고, 이후 의회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워런 버핏이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낙관론에 기름을 부었다. 투자은행은 기본적으로 차입을 통해 꾸려진다는 점에서 버핏의 선택은 신용위기의 정점을 알리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미국 의회가 원안대로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 투입을 모두 승인하게 되면 글로벌 증시, 특히 미국 주식시장은 과연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 질문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반응은 여전히 ‘글쎄’라는 것이다.

그것은 공적자금 투입 조치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 아니라 어차피 그렇게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이란 인식 때문이다. 즉 크리스마스에 받을 선물을 초가을에 당겨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원래 공적자금 투입의 적기는 부실 규모가 명료하게 드러났을 때다. 부실 규모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공적자금을 투입했다가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위기에 대한 ‘자기실현성’(비관적 전망을 현실로 만드는 현상)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만약 공적자금 투입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은행을 국유화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이때 나타날 혼란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그렇게 서둘러야 했던 이유는 그만큼 ‘급했다’는 뜻이다.

아울러 미 정부가 이번 위기를 ‘유동성 부족’이 아닌 ‘신용흐름 정체’에 의해 발생했다고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미 정부는 부실채권을 할인 매입해서 부도 위험만 줄여 주면 손실 부분은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만약 주택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하거나 신용카드, 오토론 등 다른 부분으로 부실이 옮아가면 단순한 신용위기가 아닌 유동성 부족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시장에 줄 선물이 없다. 산타의 주머니가 빈 상자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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