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com]이명박 대통령 스타일리스트 강진주 씨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1분


《3월 14일.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화이트데이. 아침부터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입고 있던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어 던졌습니다. 겨우내 내 몸을 칭칭 감고 있었던 이불도 탈탈 털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에 있는 겨울 먼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스스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커피 잔과의 입맞춤을 기다리는 듯 주전자의 물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경쾌했습니다. 봄과 함께 찾아온 그 사람을 본 순간 내 가슴은 쿵쾅거리고 있습니다. 매주 ‘위크엔드 인물 탐험, People.com’.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그와 함께 따뜻한 ‘봄 커피’ 한잔하고 싶습니다. ‘Weekend’ 기자들이 현장을 누비며 찾아낸 인물들을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각하도 참 오래 하십니다….”

2004년 개봉한 ‘효자동 이발사’는 새벽에 몰래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의 머리를 깎는 대통령의 이발사 성한모(송강호)를 다룬 영화다. “자네 참 이발을 오래 하는군”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농담을 건넨 이발사는 영문도 모르게 맞아야만 했다. 대통령의 ‘절대권력’이 사회 곳곳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 새벽 6시 출근… 의상 골라드린 후 퇴근

하지만 그 유효 기간은 20세기까지였을까. 미소 짓기보다 입 다물기에 능했던 과거 대통령과는 달리 21세기 대통령에게는 ‘이미지 사수’ 지령이 떨어졌다. 시시각각 넥타이를 바꿔줄 스타일리스트는 기본이다. 여기에다 대통령의 눈썹에 ‘아이라인’ 펜을 갖다 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이들은 대통령에게 새로운 감성을 입히고 있다.

한 편의 이미지 전쟁과도 같았던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한 ‘퍼스널 이미지연구소’ 강진주(42) 소장. 신뢰감을 주기 위해 강 소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이 후보에게 파란색 넥타이와 목도리를 목에 걸었다. ‘파란색=MB’ 공식을 만든 강 소장의 전략은 ‘대운하’ 공략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선이 끝났다. 매일 오전 6시 양복과 넥타이를 차에 싣고 청와대로 출근하는 ‘대통령 스타일리스트’의 삶은 무슨 색일까?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그를 만났다. ‘청와대 사람’이 된 후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에 응한 그는 그 곳에서 ‘MB패션’ 제안 행사를 하고 있었다. 대통령만큼이나 ‘스타’가 된 듯했다. 그는 “말실수를 할지 모르니 수위조절을 잘 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청와대 들어갔다고 삶이 바뀌진 않았어요. 변한 건 호칭이죠. 그간 ‘시장님’으로 불렀는데 지금은 ‘대통령님’으로 불러야 해요. 발음이 엄청 낯설어요.”


▲ 영상취재·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오전 6시에 출근해서 무슨 일을 하나요?

“대통령 일정부터 확인해요. 스타일 팀은 총 3명이에요. 의상 담당인 저를 비롯해 헤어 담당 이발사(박종구), 메이크업 아티스트(김민선)는 매일 아침 모여서 그날 스타일 회의를 하죠. 일은 분업화돼 있어서 서로 깊이 관여하지는 않아요. 전 그날 입으실 양복과 셔츠, 넥타이를 골라 옷걸이에 걸어놓고 입고 나가시는 것까지 본 후 퇴근합니다.”

○ 대통령과 인연은 한나라당 경선직후

―대통령 의상에도 법칙이 있나요?

“당선 후 첫 기자회견 때처럼 카리스마를 보여야 할 때는 빨간색 넥타이를 드립니다. BBK 사건 때는 진한 색 타이를 권해드렸죠. 그렇지 않을 땐 파스텔 톤의 넥타이를 주로 드려요. 양복은 ‘실용주의’나 경제 관련 자리일 경우 신뢰감을 주기 위해 남색을, 국무회의나 만찬 등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드러내야 할 자리에는 회색 계통을 준비해요.”

―체격이 다소 마른 편이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하우도 있을 텐데요.

“주위에 덩치 큰 참모가 많아서 그렇지 대통령 체격은 표준입니다. 의도적으로 극복할 건 없어요. 다만 인상이 ‘사자상’이라 날카로운 이미지는 있죠. 눈이 갸름해서 치밀한 이미지랄까요. 거기에 줄무늬가 있으면 더 날카롭죠. 그래서 되도록 줄무늬, 특히 ‘사선’은 피한답니다. ‘은 갈치’ 같은 광택 나는 양복도 안 입으세요.”

강 소장이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9월 한나라당 경선 직후다. 이 대통령과는 친분이 없었지만 삼성, SK 등 대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이미지 컨설팅을 해왔던 터라 한 캠프 사람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그에게 ‘이명박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 차이를 물었다. “예나 지금이나 ‘MB 패션’의 핵심은 화려하지 않은 품위”라고 그는 말한다. 다만 넥타이만은 바뀌었다. 그는 “그간 맸던 파란색 타이가 지루하셨는지 요샌 밝고 경쾌한 원색 넥타이를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대통령 옷장에 몇 벌의 양복이 있는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반응은 어떤지 등 질문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대외비”라며 슬쩍 빠져나갔다. “서약서까지 썼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 부부 콤비패션 종종 보게 될겁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거부하실 때도 있지 않나요?

“주변 반응에 민감하신 편입니다. ‘오늘 이 옷 어떠니’라는 질문에 ‘좋다는 사람도 있고 별로라는 분도 있고…’라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에이, 다 좋다고 해야지’라며 아쉬워하세요. 어떨 땐 김 여사님께 지적당해요. 김 여사님은 패션 감각이 뛰어나시죠.”

―자존심 상하지 않나요?

“물론이죠. 하지만 전 스타일을 연구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분이 뭘 원하는지 고민하고 알아내는 게 제 임무죠.”

―사실 지난달 대통령 취임식 때 이 대통령이 맸던 옥빛 넥타이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어요. 셔츠와 타이 모두 밝아서 추워보였잖아요.

“일부러 그랬어요. 실용주의, 화합을 나타내기 위해 셔츠와 타이를 모두 흰색 계통으로 골라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죠. 사실 그 넥타이는 김 여사님이 자신의 옥빛 한복과 맞추기 위해 직접 제안한 겁니다. 앞으로 두 분의 ‘콤비 패션’을 종종 보실 거예요.”

강 소장은 성심여대 국사학과(85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이미지컨설팅학을 전공했다. 그는 패션 리더의 조건으로 “본인의 일을 정확히 아는 것이 패션의 시작”이라며 “성공한 사람일수록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수수한 차림을 즐긴단다. “대통령께 예쁜 옷을 입히는 일을 하는데 제가 돋보이면 안 되죠. 아니… 사실은 중이 제 머리 못 깎아요. 하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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