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제완]무궁무진 ‘물의 신비’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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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신비한 물질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웃을지 모른다. 물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한 물질 가운데 하나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이다. 물은 다른 물질에 없는 특수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이렇게 신기한 물이 왜 그렇게 흔한가.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는데 왜 그렇게 많은 물이 생겼을까.

해답은 태초의 우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태초의 우주는 거의 대부분이 수소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수소가 뭉치면서 별이 생기고 별 속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산소 같은 원소를 만들어 낸다. 산소가 가장 흔한 수소와 결합해 많은 물을 만들었다. 우주가 대부분 수소인 까닭에 이를 이용한 물이 얼음 형태로 우주에 많이 생겼다.

물은 가스, 액체 그리고 고체 상태가 공존하는 희귀한 물질이다. 추운 겨울이면 한강 물이 언다. 그러면 강태공이 얼음구멍을 뚫고 낚시를 즐긴다. 강태공이 겨울철에 얼음 위에서 낚시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물이라는 신의 선물이 갖는 특이한 성질 때문이다.

물은 섭씨 0도에 언다. 그렇지만 물의 밀도는 약 4도일 때가 가장 크다. 얼음은 물보다 가벼워서 물 위에 뜬다. 고체가 액체 때보다 밀도가 낮은 물질은 물 이외에는 거의 없다. 신의 조화에 의해서 얼음이 차가운 물보다 가볍기에 얼음은 강물 위부터 언다. 보통 물질은 아래서부터 얼어 오른다. 우리가 마시는 다른 음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에 물이 보통 액체처럼 밑에서부터 언다면 강물 전체가 밑에서부터 얼기 시작해 표면까지 얼어붙으므로 물고기가 살 수 없다. 신은 얼음을 물보다 가볍게 함으로써 얼음이 위에 뜨게 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의 얼음을 깨 보면 물이 흐른다.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강태공의 낚시가 가능한 것이다.

얼음도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빙판 위에 서면 미끄럽고 넘어지기 일쑤다. 왜 얼음은 그렇게 미끄러울까. 얼음이 미끄럽다는 사실은 상식이어서 “왜” 라고 물으면 오히려 이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언제나 ‘왜 그럴까’라고 묻는 학문이다.

얼음을 결정구조로 따지면 7가지가 있다. 여기서 각각의 성질을 다 이야기하기는 어려우므로 제각기 다르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자.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표면에 물이 생겨서다. 스케이트를 타면 얼음과 스케이트 날의 접촉면은 큰 압력을 받으므로 그 부분의 얼음이 녹아서 물의 막이 생긴다. 이 물 때문에 얼음이 미끄럽다.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는 과정은 각양각색이다. 예를 들어 적은 양의 산을 물에 섞으면 영하 160도가 돼야 얼음이 언다. 물에다 적당한 전기적 작용을 가하면 물이 끓는 온도인 100도에서 얼기도 한다. 미국 시카고의 국립과학연구소인 아르곤 연구소는 절대온도 8도, 섭씨온도로 따지면 영하 255도가 돼야 어는 물을 2년 전에 발견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과학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대학교수와 연구자의 협의회를 만들어 자라나는 학생과 어린아이, 그리고 일반 성인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사고를 유도하는 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들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처음 택한 연구 대상이 물이다. 물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부터 식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재료를 모으고 정리해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물의 신비를 국민에게 알리려 한다. 기름 유출 사고로 시커멓게 변한 서해 바다를 보며 우리가 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 회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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