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中, 웃으며 日에 다가갈 때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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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이후 중-일 양국은 역사와 영토 분야의 기본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최대한 피하고 협력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국 관계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4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일본을 방문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양국의 실질적인 관계 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시절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의 교착상태’였다. 아베 총리 시절엔 다소의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른바 ‘개선된 교착상태’다.

어쨌든 약간이라도 진전된 이런 양국 관계의 개선 국면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과연 양국 사이의 중대한 분쟁이 해결되거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정치와 전략 영역에서도 개선의 기미가 나타날 것인가.

현재 중국과 일본의 대외 환경은 유사점이 많다. 양국 모두 새로운 난제가 빠르게 터져 나오고 있다. 난제가 돌출하는 분야와 근원 또한 다양하다.

따라서 양국 모두 상대국이 자신의 대외정책을 밀고 나가는 데 주요 장애가 되길 절대 바라지 않는다.

중국은 이런 점에서 좀 더 넓고 긴 안목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처리해야 한다. 특히 전략적인 분야는 더욱 그렇다.

최근 아베 총리가 물러나고 후쿠다 야쓰오(福田康夫) 총리가 새로 취임했다. 일본의 외교적 고립감과 곤혹스러움은 이전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일본의 대국화나 민족주의적 경향은 이전에 비해 크게 약해졌다. 외교 분야에서의 강경자세나 국외 사건에 개입하려는 의지 역시 줄어들었다.

일본의 우익 또는 극우파의 영향력은 실제론 과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일본은 현재 객관적 능력과 심리적 의지 모두 좌절을 겪고 있다. 과거에 미처 예상치 못한 일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다 내각 시절에 중-일 관계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중국은 유리한 시기와 형세를 놓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3가지 방면의 숙고와 연구가 필요하다.

먼저 중-일 사이의 여러 분쟁 가운데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되거나 또는 해결하는 방향으로 중대한 진전을 이룰 만한 것은 혹시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일이다. 양국 사이에 더 많은 협상 노력을 기울일 만한 게 없는지 돌이켜 보는 것이다.

둘째, 양국 정부가 호혜적인 전략관계에 따라 새로운 협력과 합작을 위해 충분한 탐구와 노력을 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 있는지, 또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일지라도 진정으로 실천하려 한 것인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셋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지난해 중-일 사이의 기본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먼저 일본에 화해의 손짓을 내미는 대담한 ‘전략실험’을 했다. 중국은 따라서 후쿠다 내각을 맞아 한 단계 더 높은 전략실험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 중국은 급부상하고 일본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일(對日) 정책에서 지나치게 무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반면 중국이 충분히 개방적이지 못하고 지나친 대일 강경자세에 사로잡힐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따라서 과도한 무른 자세도 조심해야 하지만 현재 중국이 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과도한 강경자세로 일관하는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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