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도완녀]10년 뒤를 꿈꾸며

입력 2007-01-09 03:00수정 2009-09-28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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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강원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의 산골은 그 자체로 진경산수화다. 해뜨는 아침이면 가지마다 꽃피듯 하얀 눈꽃이 찬란하게 핀다. 산골에서 사는 사람만이 얻는 축복이다. 하얀 세상은 3월까지 계속되리라. 최근 눈 덮인 콩밭에 노루 세 마리가 함께 내려왔다. 온 세상이 눈밭이라 배고픈 짐승이 자주 내려온다.

이른 아침 뽀드득거리는 눈을 밟으며 회사로 출근한다. 메주 발효실에서는 메주가 숙성되면서 내뿜는 미생물이 생명의 환호성과 열기로 겨울을 녹인다. 일할 수 있다는 행복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요즘 도시인이 공장을 많이 방문한다. 관광차로 예약하고 오거나 승용차로 오기도 한다. 강원도 전통식인 너와집에서 따뜻한 차를 대접한다. 창문으로 보이는 3280개의 항아리를 보며 차를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 이들은 병풍처럼 둘러싸인 소나무 숲을 보거나, 수많은 항아리를 보며 감탄한다.

차를 마시며 앉아 있는 사람, 우주의 축소판인 우리, 나는 그들을 위해 눈을 감고 첼로의 현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조용히 명상하듯 소리를 낸다. 마음을 다해 한오백년을 연주한다. 숨 죽이며 우는 사람도 있다. 한국 사람은 한(恨)이 많다. 한은 에너지다. 좋은 에너지로 환원시킬 수 있다면 정말 강력한 에너지원이 된다. 한국인이 빨리빨리 문화로 짧은 시간에 경제를 부흥시킨 것도 한의 기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 방문객은 찻값을 내는 대신 숙제를 받는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일이다. 인생의 내면의 모습과 경제적인 모습, 두 가지를 그린다. 돈은 멋지게 쓰려고 버는 것이다. 요즘은 돈을 모으기만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모으고 모아도 돈은 항상 모자란다. 항상 모자라는 가슴 한쪽은 늘 짠하고 공허하다.

돈을 멋지게 쓸 그날을 바라보며 10년 뒤의 소원을 세우고 마음을 내면 그것이 에너지가 된다. 10년을 보내며 쓰러지고 넘어지기를 수백 번 하겠지만 다시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뚜렷이 세우면 세울수록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 가까이 모인다. 소원을 뚜렷이 가진 사람의 기도의 힘은 참으로 강력하다.

나 또한 10년 뒤의 모습을 그린다. 산골짜기에서 농촌운동으로 시작한 콩 농사는 1차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농업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산업이라는 이념을 갖고 콩으로 모든 것을 만들겠다는 9단계의 목표를 세웠다. 첫째 메주, 둘째 된장, 셋째 청국장, 넷째 기능성 청국장, 다섯째 청국장 화장품, 여섯째 된장국 프랜차이즈, 일곱째 콩 추출 의약품, 여덟째 콩 나노 제품, 아홉째 콩 명상수련.

콩으로 된장이 아니라 화장품을 만들고 의약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 사람들은 웃었다. 된장에서 웬 화장품? 하지만 나는 지난해 12월 5단계인 화장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된장이 아닌 청국장에서 이소플라본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최초의 이소플라본 화장품이다.

늘 자연 속에 있으므로 얽매임 없는 생각이 가능하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이 한가해서 그런 것일까, 산골짜기에서는 사고의 전환이 훨씬 자유롭다. 마음을 내는 일이 성공의 시작이다. 나는 늘 10년 뒤의 모습을 그린다. 올해도 중요하다. 그러나 10년 뒤의 내 모습은 더 중요하다. 목표를 향하고 있으면 몸은 바빠도 마음은 오히려 한가해진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가장 잘 웃는 자다.

도완녀 ‘메주와 첼리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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