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양극화 시대, 어떻게든 살아남기… ‘부의 위기’

  • 입력 2006년 11월 1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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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자형 사회 중산층이 무너지고 고소득 층과 저소득층만 소득 곡선의 두 꼭짓점을 이루는 일본 사회
M자형 사회
중산층이 무너지고 고소득 층과 저소득층만 소득 곡선의 두 꼭짓점을 이루는 일본 사회
◇부의 위기/오마에 겐이치 지음·지희정 옮김/296쪽·1만2000원·국일증권경제연구소

《화끈하다! ‘중류층은 끝장난다’란 부제의 우울한 책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경기 침 체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만 남은 양극화 사회. 이미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최근 아파트 값 폭등, 부동산 대란도 결국 양극화를 내재한 문제 아닌가. 양극화를 다룬 책이니만큼 ‘한국의 양극화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를 날려 버릴 수도 있는 시한폭탄’(뉴스위크 2006년 1월 23일)이라는 보도를 기억한다면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 경기 침체로 인한 일본 중산층 ‘총중류(總中流)’의 붕괴를 다룬 이 책은 양극화란 21세기 화두를 향해 우회나 은유의 방식이 아닌 고속 돌진을 택한다. 장황하게 양극화 폐단을 설명하고 애매모호한 해결책을 남발하지도 않는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전문가인 저자는 중하류 계층이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한 상황,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으로 재편된 M자형 일본 사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단호하게 대세를 인정한 후에는 바로 ‘대안’에 집중한다. 저자는 각종 데이터, 그래프를 바탕으로 ‘개인, 기업, 정부가 양극화 시대에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기업에는 ‘난차테지유가오카’란 단어 하나를 던졌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감각은 지유가오카(고급 점포가 즐비한 도쿄의 부촌)풍의 상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양극화 시대 기업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최대 시장인 중하류 계층에 어떻게 접근하는가가 핵심이라는 것.

고급스러워 보이는 북유럽풍의 생활용품을 100엔에 파는 ‘내추럴키친’의 성공, 고급 소파풍의 커버를 수시로 바꿀 수 있게 만든 아이리스오야마 가구 등 구체적인 사례가 소개된다.

대중에게는 ‘편견 버리기’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저자는 일본인들은 상품 선택 기준이 실용적이라기보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한다. 광우병 염려 때문에 안전한 것으로 판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거부해 쇠고기 값이 급등한 상황, 국산만이 맛있고 안전하다는 고정관념, 일본인의 마이카 신앙 등을 비판적으로 해부한다. 그 결론은 사회 구조변화는 거스를 수 없지만 개개인의 의식 개혁을 통해 연간 수입 600만 엔으로 상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부는 필요 이상의 규제나 산업보호 때문에 국민의 생활비용이 상승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한다. 국내 농산물 보호를 위해 지출하는 농업보조금으로 해외 곡물회사를 매입하는 방법, 공무원 인력의 아웃소싱, 중앙집권적 정부 시스템을 11개의 도주제(지역국가제)로 전환하자는 등 구체적 개혁안을 제시한다.

제목의 무게감 때문에 이 책은 담론적인 사회과학서로 보이지만 막상 읽어 보면 양극화 시대의 처세를 다룬 실용서라는 느낌이 강하다.

양극화 대처 방안이 너무 확실하고 단호하다 보니 오히려 책의 진정성이 의심될 정도. 더구나 세계 유수 언론의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다는 자화자찬까지 감안하면…. 그런데도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한국 경제에 이 책의 시사점은 특출나다. 저자는 말한다.

“일본의 경기 침체는 경기 문제가 아니다. 자금, 재화의 유통이 간단하게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에 양질, 저가의 물자가 동시에 흘러가게 됐다. 일본 디플레이션은 역사적인 시점에서 ‘물가의 정상화 과정’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기 침체의 해답은 뭘까. 그 물음을 남기는 책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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