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과학의 문을 연 아르키메데스’

  • 입력 2006년 11월 1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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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문을 연 아르키메데스/진 벤딕 글 그림·이혜선 옮김/189쪽·8500원·실천문학사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논술 답안 3700장 가운데 2000여 장이 판박이란다. 그런가 하면 한국 야구선수들의 타격 폼은 모두 찍어낸 붕어빵 같다고도 한다. 왜 우리는 한결같이 틀에 박힌 사고나 행동에 매달릴까?

나의 고민과 숨결이 담기지 않았다면 아무리 수준 높은 지식이나 멋진 이론도 진정한 나의 것이 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아르키메데스의 수많은 발견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문제 해결 방식과 원리를 다룬 이 책은 자신만의 사고와 관점을 마련할 토대가 된다.

‘사유의 대가’라는 이름처럼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년∼기원전 212년)는 역학을 창설했고 지렛대와 도르래, 그리고 부력과 비중의 원리를 발견했다. 또 배수시설에 사용되는 스크루펌프는 물론 일식과 월식을 관측하는 천문기계와 로마군대에 맞서 싸울 전쟁 기계도 설계했다. 무엇보다 그는 문제를 설정한 다음 거짓 진술을 버리고 참된 진술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현대 과학으로 들어가는 논리적인 사고 방법을 제시했다.

히에론 왕의 순금 왕관에 은이 섞였는지를 알기 위해 골몰하던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서 넘친 물을 보고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다. 은은 금보다 가볍다. 만약 왕관에 은이 섞여 있다면 왕관은 순금덩이보다 더 커졌을 것이고 물속에서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한 왕관은 더 많은 물을 밀어내리란 설명이다. 너무 기뻐서 벌거벗은 채 거리로 뛰쳐나와 “유레카(찾았다)!”를 외쳤다는 이야기는 과학이 우리의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말해 준다.

원주율(π)을 구하는 아르키메데스의 방식도 재미있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원의 넓이를 내접하는 정사각형과 외접하는 정사각형의 넓이 사이에 있는 값으로 구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한 값을 구하고 싶었던 아르키메데스는 더 많은 선분을 가진 96각형 두 개를 통해 원주율이 지름의 3과 71분의 10배보다는 크고 3과 7분의 1배보다는 작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것을 십진법으로 환산하면 3.1408과 3.1428 사이의 수니 그의 계산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알게 된다.

지렛대에서 천문학, 그리고 수와 무게중심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아르키메데스가 그의 생각을 어떻게 증명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이 즐겁고 생생하게 지식을 익히도록 해 준다. 아르키메데스의 실험을 따라 그 원리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토론해 보자.

“만약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았기 때문이다”는 뉴턴의 말처럼 아르키메데스의 어깨는 사물을 멀리 보는 방법과 지식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길을 일깨워 줄 것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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