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프로’의 생명은 ‘재미’다

  • 입력 2006년 9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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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 농구가 열린 지난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은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1만3000여 명의 관중이 통로와 계단까지 가득 메웠다.

물론 일회성 행사에 양교 학생과 동문이 대부분이었지만 농구장에서 이런 열기는 근래 보기 드물어 부럽기만 했다.

이 체육관은 프로농구 삼성의 홈 코트이며 올스타전도 자주 열리지만 평소 농구 시즌 때도 썰렁하기 일쑤. 지난 시즌 삼성은 평균 홈 관중 순위에서 전체 10개 구단 가운데 상위권(3위)이었지만 관중은 4583명에 불과했다.

이제 프로농구 시즌 개막도 20일 남짓 남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해외와 국내에서 막바지 훈련에 한창이다. 지난 여름 내 흘린 땀방울의 결과를 많은 팬 앞에서 보여주기 위해서다.

최근 5년 동안 프로농구 시즌별 관중은 100만 명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1990년대부터 인기를 주도한 ‘오빠부대’ 스타들의 퇴조가 두드러진 반면 눈에 띄는 새 얼굴은 찾기 힘들다. 특히 올 시즌은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와 겹쳐 국가대표 차출이 흥행 악재로 떠올랐다.

농구장 입장에 필요한 1만 원 정도의 돈으로 2시간 안팎을 즐길 만한 여가 활동은 주위에 널려 있다. 농구만이 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절실한 데 각 구단은 팬들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그저 성적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한국농구연맹 역시 1997년 출범 후 통산관중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는 식의 실적에만 집착한 듯하다.

프로야구 삼성은 올 시즌 줄곧 선두를 달리는데도 관중은 지난 시즌보다 되레 32%나 감소해 3899명까지로 줄어들었다.

삼성의 간판 스타였다 일본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이승엽의 영향도 크지만 대구구장의 열악한 시설과 스타 마케팅의 실종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프로농구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팬들이 외면하는 프로스포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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