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세계농구 ‘피’가 섞이고 있다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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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브루나이에서 열린 셸리뮬라컵 국제농구대회에 다녀왔다.

이 대회에는 한국을 대표해 프로농구팀 SK가 출전했고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국가대표팀 등 6개국이 우승을 다퉜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농구 코트에 국경이 사라진 것 같았다.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필리핀을 비롯해 대부분의 팀이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선수들로 이뤄졌다. 혼혈이나 귀화 선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출생지나 인종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팀워크를 다진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3일 일본에서 끝난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에 오른 스페인과 준우승을 한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이중국적 선수가 많았다.

이런 ‘순혈주의’ 파괴 바람은 최근 한국에서도 일기 시작했다. 지난달 월드바스켓볼챌린지에서 활약한 김민수(경희대·205cm)는 한국인 어머니와 아르헨티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 귀화한 뒤 태극마크를 달았다.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미국 국적의 흑인 혼혈 마리아 브라운(175cm)이 금호생명에 입단해 다음 시즌 첫선을 보인다.

내년 1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는 미국계 혼혈 에릭 산드린(208cm)과 대니얼 산드린(200cm) 형제가 참가할 전망이다. 동생 대니얼은 최근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이동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노릴 만큼 뛰어난 기량을 지닌 에릭 역시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국내 농구의 현실에서 해외파 영입은 국내 코트에 활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농구의 인기를 되살리는 흥행 카드로도 충분하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힘도 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용병의 득세로 설 땅이 줄어든 국내 선수의 입지가 더 좁아질지 모른다. 최근 일부 대학과 프로팀은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혼혈 또는 교포 선수를 무리하게 영입하려다 잡음을 일으켰다. 관련 규정이 모호하고 미비한 데 따른 진통으로 보인다.

해외파의 물결은 이미 일었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국내 농구의 자양분으로 뿌리내리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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