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른 곳에선 텐트가 큰 인기다. 바캉스철을 맞아 캠프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영국 주간 옵서버는 최근 “프랑스의 부르주아 보헤미안들이 캠프장의 텐트 생활에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 캠프장이 히피족이나 돈 없는 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프랑스에는 지금 극과 극의 텐트족(族)이 공존하고 있다.
∇홈리스 텐트족=파리의 센 강변이나 공원, 광장, 전철역 주변에서는 홈리스의 텐트를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겨울 ‘세계의 의사’라는 단체가 홈리스들에게 대량으로 텐트를 배포한 이후 생긴 현상이다. 텐트를 소유한 홈리스 몇 명이 모여 ‘텐트촌’을 이루기도 한다. ‘텐트촌’이 생겨 홈리스들이 한데 어울리면서부터 위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아졌다.
파리 시는 지난주 홈리스의 텐트 4개를 수거해 불태웠다. 시 당국은 쉼터를 확충해 텐트에 사는 홈리스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하지만 텐트가 없을 때도 쉼터를 거부하던 홈리스들이 텐트를 스스로 포기하고 쉼터로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부르주아 텐트족=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캠프장이 많은 나라다. 돈 있는 사람들의 이용이 늘면서 ‘럭셔리 캠프장’도 등장했다. 노르망디 해변가의 한 캠프장은 캠핑카를 숙박시설로 내놓는데, 하루 숙박료가 130유로에 이른다. 근처의 별 3개짜리 호텔 객실에 버금가는 가격이다. 이곳에는 인공호수 4곳이 조성돼 있고 수영장, 식당까지 있다.
캠프장의 주이용객은 1970, 80년대에 부모와 함께 야영을 해 본 30대들. 이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캠프장을 찾는다. 캠프장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만나 모닥불을 피워 놓고 주위에 모여 앉아 와인을 마시며 친분을 쌓기도 한다. 프랑스 중산층의 새로운 바캉스 트렌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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