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지붕밑]프랑스 텐트족 ‘극과 극’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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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캠핑족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가까운 캠프장 ‘레 리브 뒤 루’. 수영장도 딸려 있는 ‘럭셔리 캠프장’이다. 바캉스를 온 사람들이 캠프장 측에서 캠핑카나 텐트를 빌려 숙박한다. 사진 출처 레 리브 뒤 루
럭셔리 캠핑족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가까운 캠프장 ‘레 리브 뒤 루’. 수영장도 딸려 있는 ‘럭셔리 캠프장’이다. 바캉스를 온 사람들이 캠프장 측에서 캠핑카나 텐트를 빌려 숙박한다. 사진 출처 레 리브 뒤 루
파리 시는 요즘 홈리스들이 이곳저곳에 세워 놓은 텐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기에 좋지 않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염이 기승을 부려 위생적으로도 텐트 생활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홈리스들의 텐트를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게 당연한 이치.

하지만 다른 곳에선 텐트가 큰 인기다. 바캉스철을 맞아 캠프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영국 주간 옵서버는 최근 “프랑스의 부르주아 보헤미안들이 캠프장의 텐트 생활에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 캠프장이 히피족이나 돈 없는 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프랑스에는 지금 극과 극의 텐트족(族)이 공존하고 있다.

∇홈리스 텐트족=파리의 센 강변이나 공원, 광장, 전철역 주변에서는 홈리스의 텐트를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겨울 ‘세계의 의사’라는 단체가 홈리스들에게 대량으로 텐트를 배포한 이후 생긴 현상이다. 텐트를 소유한 홈리스 몇 명이 모여 ‘텐트촌’을 이루기도 한다. ‘텐트촌’이 생겨 홈리스들이 한데 어울리면서부터 위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아졌다.

파리 시는 지난주 홈리스의 텐트 4개를 수거해 불태웠다. 시 당국은 쉼터를 확충해 텐트에 사는 홈리스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하지만 텐트가 없을 때도 쉼터를 거부하던 홈리스들이 텐트를 스스로 포기하고 쉼터로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의 홈리스는 2001년 8만6500명에서 약 15만 명으로 늘어났다.

∇부르주아 텐트족=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캠프장이 많은 나라다. 돈 있는 사람들의 이용이 늘면서 ‘럭셔리 캠프장’도 등장했다. 노르망디 해변가의 한 캠프장은 캠핑카를 숙박시설로 내놓는데, 하루 숙박료가 130유로에 이른다. 근처의 별 3개짜리 호텔 객실에 버금가는 가격이다. 이곳에는 인공호수 4곳이 조성돼 있고 수영장, 식당까지 있다.

캠프장의 주이용객은 1970, 80년대에 부모와 함께 야영을 해 본 30대들. 이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캠프장을 찾는다. 캠프장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만나 모닥불을 피워 놓고 주위에 모여 앉아 와인을 마시며 친분을 쌓기도 한다. 프랑스 중산층의 새로운 바캉스 트렌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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