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욱환]로스쿨 논쟁, 교육내용에 초점을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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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한림대 교수가 4월 26일자 ‘동아광장’란에 쓴 ‘나는 고발한다, 법조계를’을 읽고 이 글을 쓴다.

지금 로스쿨에 관한 비생산적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듯 로스쿨 법안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로스쿨에 관한 논쟁은 로스쿨이라는 미국 특유의 제도가 과연 우리에게 적합한지, 교육 내용과 방법은 지금까지의 법학 교육과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고액의 학비는 어떻게 조달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핵심 문제를 제쳐두고 엉뚱하게 입학정원을 둘러싸고 법학교수들과 변호사들 사이에 이전투구의 양상이 벌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로스쿨 제도는 원래 법학계가 주장하였으나 실무 법조계는 전통적으로 반대해 왔다. 법학교수들은 법학교육 부실화의 원인이 사법시험제도에 있다고 보고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대안으로 로스쿨을 주창했다. 그러나 실무 법조계는 사법시험제도를 개선하는 데 이의하지 않으나 로스쿨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그 이유는 로스쿨이 소수의 부유한 백인 엘리트에 의한 통치수단으로 탄생한 미국 유일의 제도이고,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의 전시적 자본주의 제도이며, 고학력자가 아니면 법조인이 될 수 없는 불평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법학교수들이 주장하는 로스쿨 도입 목적인 법학 교육의 정상화와 양질의 저렴한 법률 서비스 제공, 국제 경쟁력 강화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로스쿨 입학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의 낭인이 발생하는 것은 여전하고, 고비용의 구조로 저렴한 서비스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며, 변호사의 전문성은 변호사 실무 연수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법학교수는 턱없이 부족한 변호사 수를 대량으로 증원하기 위해 로스쿨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변호사 대량생산이 본래의 개혁 의도라면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폭 증원하든지, 전 법과대학을 로스쿨화하면 되는 것이지 무엇 때문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여 로스쿨을 도입하자는 것인가.

어떤 이는 미국 변호사의 평균소득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안 되나 우리나라 변호사는 22배가 넘는다는 등 잘못된 통계를 의식적으로 인용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며 사회정의를 외면하는 법조계를 고발한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발표한 변호사 연간소득은 ‘사업자등록 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대형 법무법인도 1인의 변호사로 계산했다. 개별 변호사 1인의 소득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유사 법조직역이 있어 법조직역 1인당 국민이 1554명으로 프랑스 수준이고, 지난해 서울 변호사의 1인당 수임사건은 연간 45건(신청사건 포함)으로 매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비리 변호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초적인 소득자료조차 분석하지 못한 채 성실하고 양심적이며 헌신적인 대부분의 변호사를 한통속으로 몰아 마치 무슨 죄라도 지은 듯 법조계를 고발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로스쿨의 정원을 영원히 동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 변호사 수를 극도로 제한하자는 것도 아니다. 로스쿨 도입 목적과 같이 양질의 법조인 양성을 위해 로스쿨을 내실 있게 시작하자는 것이다.

변호사를 매년 3000명 내지 8000명씩 증원해야 변호사를 만나기 쉽고 수임료도 저렴해진다는 현실을 모르는 막연한 주장은 이제 그만두고 어떻게 하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하고 시장 개방에 대비하여 법조 질서를 바로잡아 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한국 공교육의 참담한 현실을 지켜보는 국민은 진정 로스쿨마저 공교육의 모습을 닮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오욱환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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