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아빠 만나러 괌으로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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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마도로스. 액자 속에서 만났던 아빠 보러 바다를

건넙니다. 신나겠죠! 나라에서 경비를 부담한대요. 전에 없던 일이라네요. 나라에서 돈까지 내주는 걸 보면 ‘아빠의 일’을 다른 사람들은 싫어하는가 봐요. 나는 자랑스러운데….》

정부가 원양어선 선원들의 가족 상봉을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인 동원산업 소속 참치잡이 배 ‘오션마스타호’ 선원들의 가족 12명을 가까운 항구인 괌으로 보내 만남을 주선했는데요.

경비 2000여만 원을 부담하면서까지 나선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1990년 2만1984명이던 한국인 원양어선 선원은 지난해 2535명으로 줄었습니다. 외항선, 내항선, 연근해어선 선원과 해외에 취업한 선원을 모두 합한 인원도 90년 10만5667명에서 지난해 4만176명으로 감소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고령화인데요.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선원 중 50대 이상이 10명 중 4명꼴이고 30세 미만은 10명 중 1명꼴이랍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선원 의존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원양어선은 10명 중 9명꼴, 외항선은 10명 중 8명꼴로 외국인 선원을 채우고 있답니다.

해양부 이재균 해운물류국장은 한숨부터 쉽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선장, 항해사, 도선사 등 자국민이 맡아야 할 핵심 인력조차 확보할 수 없습니다. 국내 해운·수산 산업의 명맥이 끊길 판입니다.”

원인은 세태 변화입니다.

원양어선의 경우 한 번 배를 타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되는데요. 젊은층은 “결혼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결혼식조차 올릴 수 없다”며 선원생활을 외면하고 있답니다.

해사고나 해양대 졸업자들도 병역혜택을 받는 산업기능요원 복무기간(26∼34개월)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판을 떠난답니다.

“애들은 걱정 말고 몸 건강하게 돈 많이 벌어오라”며 눈물을 훔치던 아내는 이제 빛바랜 앨범에서나 볼 수 있게 된 셈이죠.

힘든 일에 비해 급여 수준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선장을 포함한 전체 선원들의 월평균 소득은 2004년 288만3000원에 그쳤습니다.

해양부 한홍교 선원노정과장은 “1970, 80년대만 해도 배 한 번 타고 오면 집 한 채씩 산다고 했는데 이젠 옛날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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