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 모스크바]‘미인대국’ 러시아, 자고나면 미인대회

  • 입력 2006년 5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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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인대회의 이색 미인들. 왼쪽부터 지난해 ‘군대의 여왕’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크세니야 아가르코바 북해함대 중위, 2002년 미스 유니버스 옥사나 표도로바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관, 지난해 러시아 에이즈 감염자 중 최고 미녀인 ‘미스 긍정’으로 뽑힌 스베틀랴나 이잠바예바 씨. 동아일보 자료 사진
러시아 미인대회의 이색 미인들. 왼쪽부터 지난해 ‘군대의 여왕’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크세니야 아가르코바 북해함대 중위, 2002년 미스 유니버스 옥사나 표도로바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관, 지난해 러시아 에이즈 감염자 중 최고 미녀인 ‘미스 긍정’으로 뽑힌 스베틀랴나 이잠바예바 씨.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달 29일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시즈 월드 선발대회가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다. 34개국에서 온 ‘미녀 아줌마’들 중 러시아 대표인 소피아 아르자콥스카야(18) 씨가 왕관을 썼다. 그는 무용수 출신으로 1년 전 사업가와 결혼한 ‘어린 새댁’이다.

러시아는 1년 내내 전국 곳곳에서 이런저런 미인대회가 끊이질 않는다. 옛 소련 시절만 해도 ‘자본주의적인’ 미인대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내전으로 총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체첸에서조차 미인대회가 열릴 정도다.

이색적인 미인대회도 많다. 지난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을 맞아 ‘군대의 여왕’ 선발대회가 열렸다. 국방부 주최로 장교부터 부사관, 병사에 이르기까지 전군에서 모인 미모의 여군들이 ‘계급장을 떼고’ 미(美)를 겨뤄 북해함대 소속 중위가 군내 최고 미녀로 뽑혔다.

이에 뒤질세라 내무부도 여경을 대상으로 미스 경찰 선발대회를 열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감염 여성들에게 용기를 심어 준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인대회도 열렸다. 또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미스 재소자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미녀 죄수들은 예쁜 얼굴 덕분에 감형을 받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들을 지키는 여성 교도관을 대상으로 한 미스 교도관 선발대회까지 열었다.

미인대회가 많아서인지 러시아는 요즘 ‘미인 대국’으로 불릴 정도다. 2002년엔 미스 유니버스 옥사나 표도로바 씨를 배출했고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나탈리 글레보바 씨도 국적은 캐나다지만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이민 간 러시아 출신이었다. 러시아 미녀들은 해마다 슈퍼모델 선발대회 등을 휩쓸며 오랫동안 철의 장막 속에 감춰져 있던 미와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다.

미인대회의 라이벌 국가인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미인대회를 겨냥한 학교까지 있어 ‘인공 미녀’를 양산하고 있지만 러시아 미인들은 아직도 ‘자연산 미인’에 가깝다. 표도로바 씨는 미스 유니버스에 뽑혔을 때 영어도 잘 못하는 평범한 경찰관이었다. 그는 경찰대 박사 논문을 써야 한다며 4개월 만에 미의 여왕 자리를 내놓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인대회 입상을 발판으로 연예계에 진출해 큰돈을 벌려고 하는 서방 여성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수많은 제의를 물리치고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불행해진 미인들도 있다. 1996년 미스 러시아 대회 1, 2위 입상자가 모두 범죄에 휘말려 살해됐다. 최근에는 미스 모스크바 출신 여성이 남편을 청부 살해하려다 구속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왜 유독 러시아에 미인이 많을까. 60여 개의 다민족이 1000년 넘게 어울려 살다보니 혼혈인이 많아서라는 해석도 있다. 러시아인들은 유독 ‘크라사타(아름다움)’라는 말을 많이 쓴다.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아름답지 못하다’고 표현할 정도. 모스크바의 상징인 ‘붉은 광장’도 원래는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뜻이다. 이런 남다른 미의식이 수많은 미인대회와 함께 미인들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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