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名건축]<1>태평로 2가 ‘로댕

  • 입력 2006년 3월 23일 0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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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5월 14일 문을 연 로댕갤러리의 야경은 대형 랜턴이 켜진 것처럼 신비롭다. 사진 제공 로댕갤러리
1999년 5월 14일 문을 연 로댕갤러리의 야경은 대형 랜턴이 켜진 것처럼 신비롭다. 사진 제공 로댕갤러리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서울.

하지만 각종 개발이 진행되면서 서울에는 획일화된 직육면체 콘크리트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 곳곳에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들이 존재한다.

바로 회색빛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현대 건축물이다.

문화공간이자 주거시설로 살아 숨쉬는 서울 속의 현대 건축물들을 매주 1회씩 소개한다.》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 빌딩 숲으로 가득한 이곳은 수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삭막하다.

하지만 이 서울 도심에 ‘유리로 반짝이는 성’이 있다. ‘로댕갤러리’다.

로댕갤러리에는 세계적인 미술가 로댕(1840∼1917)이 살아 숨쉰다. 1999년 5월 14일 세계에서 여덟 번째 로댕 전문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로댕이 청동으로 만든 작품을 원형대로 복제한 ‘지옥의 문’(1880∼1917년·680×400×85cm)과 ‘칼레의 시민’(1886∼1888년·210×240×190cm)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에서 로댕을 만나다=갤러리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 전체가 모난 곳 없이 둥그스름한 모양이다. 이 구조물을 디자인 한 미국 뉴욕 KPF 건축설계사무소에 따르면 발레의 ‘파드되(남녀 2인무)’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갤러리 좌측에 칼레의 시민이, 우측에는 지옥의 문이 각각 놓여 있다. 칼레의 시민이 왼쪽을 향해 고뇌 어린 몸짓을 보여 준다면 지옥의 문은 내부 전체를 압도하는 형상이다.

‘지옥의 문’은 로댕의 작품세계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생각하는 사람’ ‘입맞춤’ ‘세 그림자’ 등 200여 명의 군상이 뒤엉켜 인간의 탐욕과 절망, 기쁨과 슬픔을 표현한다. 이 건물 외벽은 철제를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젖빛(반투명) 유리로 처리했다. 일부 유리는 투명유리로 처리해 행인들이 미술관 내부를 살짝 감상할 수도 있다.

▽로댕을 빛내 주는 건축물=로댕갤러리는 로댕 조각물을 뒷받침해 주는 배경인 동시에 그 자체로서도 예술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갤러리의 한국 측 코디네이터인 나우천 ㈜RAC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미국 독일 프랑스가 참여한 이 갤러리는 1995년 설계 당시 철근 없이 유리로만 구성됐다”며 “낮에는 은은하고 밤에는 대형 랜턴이 켜진 것처럼 독특한 느낌의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로댕갤러리는 태평로 주변 삼성 계열사 건물 주변에 대한 리노베이션 과정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삼성 본관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 낸 뒤 삼성생명 앞 주차장을 분수가 있는 광장으로 조성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삼성생명 건물과 연결돼 지하 쇼핑몰과 음식점을 둘러볼 수도 있다. 올해 5월 14일까지 현대미술가 박이소의 유작전이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02-2259-7781∼2, www.rodingallery.org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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