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WBC와 FTA

  • 입력 2006년 3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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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그랬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야구에서 미국의 ‘룰’ 농간에 승리를 도둑맞았습니다. 힘은 법이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상대를 맞아야 하는 자유무역협정(FTA)도 걱정됩니다. 이번엔 승리 아닌, 아니 그보다 훨씬 중요한 우리 농촌을 도둑맞을까 봐….》

WBC가 일본의 우승으로 21일 막을 내렸습니다.

우승한 일본의 전적은 5승 3패인 반면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의 전적은 6승 1패였습니다. 한국은 대일본전에서도 2승 1패의 우위를 보였죠.

그런데도 일본이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대진표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도미니카공화국이나 쿠바와 같은 위협적인 상대를 결승전 이전까지 마주치지 않게끔 미리 손을 쓴 거죠.

이렇듯 미국은 스포츠나 정치 경제 분야에서나 각종 규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미국과 우리가 FTA를 맺어야 한다는 겁니다.”

야구 얘기를 하다가 농림부 관계자가 갑자기 내뱉은 말입니다.

농림부는 이런 힘을 가진 미국이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어떤 식으로 나올지 무척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이 농업 분야이기 때문이죠.

산업자원부의 한 공무원은 “미국의 각종 산업이나 농업 분야 이익단체들이 FTA 협상을 계기로 한국이 무역 장벽을 없애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림부 관계자는 “FTA 협상에서 한국은 제조업과 농업, 서비스업 부문에서 줄 것은 주고 받아 낼 것은 받아내자는 전략을 취하는 반면, 미국은 일단 원하는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쏟아 놓고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더군요.

WBC는 아쉽지만 즐겁게 봤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 야구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웃어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FTA는 다릅니다. 미래가 걸린 문제입니다. 협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어떤 산업은 흥하고 어떤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WBC와 (한미)FTA가 알파벳 세 글자로 돼 있다는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을 가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야구에서와 같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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