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708>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6년 3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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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대왕께서는 항우가 초나라 군사를 분발시키고 그 세력을 한군데로 집중시키는 표적이 될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그 집중된 초군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해 쫓기시게 되면 그대로 우리 전체 군심(軍心)을 어지럽힐 수도 있습니다. 내일 싸움에서는 후면 멀찌감치 계시면서 저희들이 싸우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십시오.”

한나라 대장군으로서 내리는 군령이라 위엄을 세워주고 싶어서인지 한왕이 짐짓 엄숙한 얼굴로 한신의 말을 받았다.

“알겠소. 대장군의 뜻을 따르리다.”

그러자 한신은 다시 조참과 관영을 불러 군령을 내렸다.

“나는 5만 군사를 이끌고 전군(前軍)이 되어 항우의 본진과 마주보는 곳에 진세를 펼칠 것이다. 그때 우승상 조참과 기장 관영은 각기 1만 군사를 거느리고 내가 이끄는 전군의 선봉이 된다. 가장 먼저 항우의 예봉(銳鋒)을 받게 될 것이니, 장졸 모두 남다른 각오와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어 한신은 자신의 부장(部將)인 공희(孔熙)와 진하(陳賀)를 불러냈다.

“공(孔) 장군은 3만 군사를 거느리고 내 전군 본진 왼편에 진을 치고 진(陳) 장군은 3만 군사로 내 본진 오른편에 진을 친다. 형세를 보아 들고 나되, 특히 전군 본진의 위급에 구응(救應)하는 것이 그대들 두 장군의 막중한 임무이다.”

그런 다음 번쾌와 역상((력,역)商)을 불렀다.

“장군 번쾌와 역상은 날랜 군사 3만을 이끌고 대왕의 중군(中軍) 앞에 포진하라. 한편으로는 내가 이끄는 전군의 뒤를 받쳐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기까지 뚫고 들어오는 적군으로부터 대왕의 본진을 지켜야 한다. 우리 30만 대군의 허리와도 같은 막중한 임무이니 터럭 같은 소홀함이라도 있어서는 아니 된다.”

역상에게는 그 형 역이기((력,역)食其)를 삶아서 죽게 한 미안함이 있을 법도 하였으나 한신의 군령은 매섭기만 했다. 번쾌와 역상이 군령을 받고 물러나자 한신은 다시 주발과 시무(柴武)를 불렀다.

“장군 주발과 시무는 각기 1만 군사를 이끌고 대왕의 중군 뒤편에 진을 치고 후군(後軍)이 된다. 대왕의 중군을 뒤에서 받칠 뿐만 아니라, 있을지 모르는 적 기병(奇兵)의 강습(强襲)에서 대왕을 지켜드려야 한다.”

그런 다음 태복 하후영을 비롯한 나머지 한왕의 부장들은 3만 군사와 함께 모두 중군에 남겨 겹겹이 한왕을 에워싸고 지키게 하였다.

“대왕의 중군이 흔들리면 그대로 우리 대군의 사기가 꺾이고 만다. 항우가 빠른 속도와 집중된 힘으로 뚫고 들더라도 결코 흔들려서는 아니 된다.”

그게 한신이 그들에게 특별히 한 당부였다. 그렇게 되자 한나라 대군은 열 갈래로 나뉘어 그물을 치고 패왕 항우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셈이 되었다. 뒷날 ‘구리산(九里山) 십면매복(十面埋伏)’이란 전설이 나돌게 한 한신의 포진이었다. 얘기를 지어내기 즐기는 사람들은 그 계책의 성사에 광무군 이좌거(李左車)를 끌어대기도 한다. 그때도 한신의 막빈으로 있었던 만큼 이좌거가 그 계책에 관여했을 수도 있으나, 적어도 정사(正史)에는 기록이 없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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