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을 위한 책 20선]<11>남자들이 결혼하는 여자는 따로…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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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사귀어 온 남자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가 그의 입에서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여자들을 수십 명도 넘게 만났다. 남자로부터 그런 대답을 들은 여자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질문을 했다. “왜 좀 더 진작에 말해 주지 않았어요?” 그러면 남자들은 모두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한번도 묻지 않았으니까.” ―본문 중에서》

선택은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의 수많은 선택 중에 두말할 나위 없이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선택이 바로 결혼이지 싶다. 부부치료자로 활동하다 보니 기혼자, 이혼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미혼자들과 결혼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다. 미혼자들 중에는 독신을 자처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고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 중에 ‘나이가 꽉 찬’ 미혼여성들의 호소가 가장 애절(?)하다. 그녀들의 다양한 고민 이면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대상선택(object choice)’ 부분에서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오류다. 결혼을 하려면 결혼할 마음이 있는 남성,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남성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시점에서 자꾸만 발을 헛디딘다.

그런 여성들이 한번쯤 멈추어 ‘남자들이 결혼하는 여자는 따로 있다’라는 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는 “모든 인간 지식 가운데 결혼에 관한 지식이 가장 뒤떨어져 있다”고 했다. ‘불멸의 사랑, 낭만적 사랑’이라는 환상에 여전히 가려져 있는 결혼의 실상을 꼬집은 말이다.

이미지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몰로이가 쓴 이 책은 철저한 리서치 보고서로,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지식을 알려주려 한다. 다년간의 조사로 얻은 통계치를 통해 결혼을 한 여성들의 행동패턴, 마음가짐, 라이프스타일을 보여 준다. 배우자감을 고르고 청혼을 하고 또는 이끌어내고 결혼에 골인하는 그 지점까지의 여정 속에 묻혀 있는 행동양상과 상식적인 논리를 탐색한다.

몰로이는 철저하게 ‘당신이 결혼을 원한다면’이라는 전제로 시작한다. 당신이 결혼을 원한다면 결혼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실제적인 노하우를 ‘익히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명한 생각보다 신중한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몰로이는 결혼에 성공한 여성들이 수동적으로 남자의 선택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결혼을 강하게 원하고 결혼을 위해 자발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늘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였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남편감이 한정되어 있다는 현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현실적으로 인지하면서 남성들을 바라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실적인 동시에 적극적이다. ‘법적인 결혼’의 의미, 결혼제도가 낭만성과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입장, 사랑의 불안정성이라는 남녀관계의 본질을 ‘보완’해 주는 장치로서 결혼의 역할 또한 부드럽게 제시한다. 가족을 탄생시키고 유지시켜 주는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 주는 부분이다. 이혼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세태지만 말이다.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 부부클리닉 후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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