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우디 앨런, 할리우드를 비웃다 ‘… 엔딩’ 내일 개봉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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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백두대간
사진 제공 백두대간
우디 앨런이 각본, 주연, 감독을 맡은 ‘헐리우드 엔딩’은 우디 앨런식의 독특한 풍자를 맛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우디 앨런은 찰리 채플린을 잇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꼽히는 미국의 감독 겸 배우. 이번 영화에서 그는 심리적 이유로 일시적 실명상태에 빠진 감독이 이 사실을 숨기고 6000만 달러짜리 영화를 찍는다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을 짜임새 있게 풀어낸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대사 중심의 유쾌한 개그와 담론, 감독의 자전적 경험과 심리상태에 빗댄 유머가 반짝인다.

두 번이나 오스카상을 받은 명감독 발 왁스만(우디 앨런). 이제는 한물간 퇴물 취급을 받는 그에게 재기의 찬스가 찾아온다. 그런데 하필이면 영화 제작자가 발의 아내 엘리(테아 레오니)와 약혼한 할. 발에 따르면 할은 ‘내 아내를 훔친 놈’이다.

‘눈 딱 감고’ 찍을까 말까, 고민하던 그는 결국 갓난애도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할에게 약속한다. 내용에서 짐작되듯,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및 ‘사랑과 결혼’에 대한 풍자와 냉소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다.

늘 그렇듯이, 우디 앨런은 소심한 데다 성질도 고약하며, 신경쇠약에 정서불안인 중년 남성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전처와의 첫 사업상 만남에서 발이 진지하게 영화 얘기를 시작했다가 곧 ‘어떻게 니가 나한테 그럴 수 있느냐’는 식의 유치한 한풀이를 퍼붓는 장면의 연기는 압권이다.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은 발의 영화가 놀랍게도 ‘해피 엔딩’으로 바뀌는 지점의 발상이 깜찍하다. 우디 앨런만의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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