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윌리엄 파프]이라크 美軍 떠날 수 있을까

  • 입력 2005년 2월 3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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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미군 철수’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테러가 적었고 투표율이 높다는 점에서 저항세력이 바뀌고 있다는 기미도 보인다. 미국인만 공격하자는 쪽과 미국에 협력하는 이라크인도 공격하자는 쪽 사이에 틈이 생겼다는 뜻이다.

미군과 연합군 철수를 외치는 민족주의적 저항세력과 사회 전복을 기도하는 무정부주의적 저항세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무정부주의적 저항세력은 미국에 동조하는 이라크인도 미군과 똑같이 본다. 따라서 민족주의적 저항세력은 무정부주의적 광신자들과 분리해 볼 수 있다.

민족주의적 저항세력은 이라크인을 위한 이라크를 원한다. 무정부주의적 저항세력은 세계 변혁, 이슬람이 지배하는 시대, 미국의 내부 폭발 등 불가능한 것을 원한다. 따라서 민족주의 저항세력은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 정부와 연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민족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로 갈렸듯이 미국인도 이라크 철수를 놓고 갈라지고 있다.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대통령 선거 때부터 이라크 철수전략(플랜 B)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조기 철수를 주장하는 민주당은 ‘비애국주의적’이라는 공화당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는 또한 “새 이라크 정부가 원한다면 미국은 떠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새 이라크 지도자들이 저항세력이 진압될 때까지 미군 주둔을 원할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확신을 보여 준다.

일부 정치인은 만약 (미군) 사상자 증가에 따라 국내 반발이 커지고 저항세력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부시 대통령이 다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긴 뒤 안정된 이라크를 보면서 2009년에 대통령직을 떠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이라크 침공 전부터 매우 조직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세력이 미 행정부에 자리 잡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그들에 맞서거나 (그들의 계획을) 저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첫째, 이라크를 통제해 세계 원유 값을 좌지우지하려는 미 행정부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둘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접한 이라크에 영구 군사기지를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

현재 (이라크에는) 12개 군사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미군 대변인은 이 기지를 무한정 임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라크는 미 국방부가 20년 동안 개발해 온 세계전략 차원의 군사시스템에 편입되고 있다.

만약 부시 대통령이 이를 멈추자고 하면 멈춰질까. 설혹 새 이라크 정부가 미군 철수를 요구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이 들어 줄 리가 없다.

케네디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맥나마라 씨는 미군이 베트남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맥나마라 장관이 베트남 철수를 주장했다면 미국 정치인들은 그를 매장해 버렸을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에 개입했다. 10년 이상 정치적 위기를 겪었고 징집된 군인들은 폭동까지 일으켰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에 관여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철수를 고민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철수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날 것이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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