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기술 어떻게 됐나]해수담수화용 원자로 ‘스마트’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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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 한국원자력연구소가 바닷물을 민물(담수)로 바꾸는 원자로 ‘스마트(SMART)’의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안전성을 공인받은 이 기술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아 왔다. 그래서 ‘스마트’는 일반인에게 낯설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로 떠오르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27일 열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스마트’는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의 주요 후보로 검토됐다.》

○ 한국도 유엔이 분류한 물부족 국가

스마트는 1997년부터 5년간 306억 원의 지원을 받아 기본 개념 설계를 마친 후 현재는 기술 검증 단계에 있다. 원자로 하면 보통 전기를 생산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스마트는 왜 해수 담수화용일까.

원자력연구소 김시환 박사는 “1989년 중동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IAEA는 원자력을 이용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려는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며 “스마트 활용 기술이 IAEA의 모델 프로젝트로 선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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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물 부족은 세계적 문제다. 지구 표면은 70%가 물로 덮여 있으나 대부분이 바닷물이고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전체의 0.0075%뿐이다. 유엔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 중 3분의 1가량이 심각한 물 부족 상태에 처해 있다. 한국도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다.

김 박사는 “스마트 1기(열 출력 330MW)로 인구 10만 명 규모의 도시에 하루 전기 10만KW와 함께 담수 4만 t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UAE-칠레-印尼 수출 제의

우리 고유 모델인 스마트는 해수 담수화용 중소형 원자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안전성도 높다.

보통 원자로는 핵연료가 든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이 배관으로 연결돼 있지만, 스마트는 모든 장치가 압력용기 안에 들어가 일체형이라 불린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강창순 교수는 “스마트는 배관이 거의 없어 배관 파열에 의한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는 등 안전성이 기존 원자로에 비해 100배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는 기술 실증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칠레 등에서 수출 제의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까지 마두라 섬에 스마트 2기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아랍에미리트는 스마트 8기, 칠레는 스마트 2기를 건설하기 위한 타당성 연구에 합의한 상태다. 과학기술부는 스마트 1기 수출 시 3000억 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 내수 검증-민감한 원자력 인식이 걸림돌

원자력연구소는 2002년 7월부터 스마트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원래의 5분의 1 규모로 줄인 파일럿플랜트(열 출력 65MW)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수출 상대국이 신뢰를 갖기 위해서는 파일럿플랜트 건설이 필수적이기 때문.

하지만 거액의 재원 마련과 내수 뒷받침이라는 문제도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문제는 2010년까지 들어갈 4388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현재 채권 발행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일럿플랜트 건설에 참여 중인 두산중공업의 김태우 부사장은 “앞으로 국내에 지을 원자력발전소의 일부를 스마트로 선정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먼저 스마트가 충분히 활용돼야 외국에서 스마트를 도입하려고 적극 나설 것이라는 뜻이다.

또 원자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파일럿플랜트의 건설 용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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