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제 업그레이드]<1>어느 보험사 과장의 가계부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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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 가정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려면 먼저 가계의 재무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의 특성에 맞는 재무관리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계의 재무상태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안정성’ ‘성장성’을 기준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많이 벌어 아껴 쓸수록 수익성이 높다. 안정성은 예상치 못한 일에도 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성장성은 가정 경제가 미래에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가정경제 전문가 3명이 세 가정의 2004년 가계부를 집중 분석했다.》

▽수익성=가구별 수입 구조는 다양하다. 전형적인 봉급생활자인 신한생명 정보지원부 정광복(鄭光復·40) 과장은 가정 구성원 가운데 유일하게 돈을 번다.

홍보대행사인 크로스커뮤니케이션즈 윤종빈(尹鍾“·39) 이사는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이지만 기본적으로 월급이 주 수입원이다. 부인 이영주(李映周·35) 씨는 집에서 한 중소기업의 경리업무를 대행하는 부업을 하고 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J 과장(32)과 부인 K 씨(31·건축사사무소 대리)는 1999년 결혼해 6년째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 세 가정의 월 평균 수입은 400만∼460만 원.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3분기(7∼9월)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소득(321만원)보다 79만∼139만 원 많다.

정 과장은 두 아들의 양육비와 부모 용돈으로 월 평균 70만 원을 썼다. 월 평균 소비지출은 237만 원.

윤 이사는 두 딸의 교육비로 60만 원, 옷값으로 60만 원을 쓰는 등 월 평균 소비지출은 230만 원.

J 과장은 월 평균 169만 원으로 소비지출이 가장 적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최현자(崔賢子) 교수는 “정 과장과 윤 이사는 평균적인 가정보다 소비 지출이 많지만 소득도 많아 가정 경제의 수익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성장성=정 과장과 윤 이사는 성장성 분야에서 ‘경고’를 받았다. 소득에 비해 저축 액수가 많지 않고 미래에 대한 투자도 적다는 것.

윤 이사는 근로자우대저축에 월 20만 원을 불입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주식에는 1500만 원을 투자하고 있다.

정 과장은 주택청약부금과 보통예금에 월 70만 원을 넣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이나 채권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있다. 매달 193만 원을 저축하는 J 과장은 지난해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에 1098만 원을 투자해 금융자산의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04년 12월 22일 동아일보사 14층 회의실에서 가정경제 전문가 3명이 두 가정의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대 최현자 교수, 푸르덴셜생명 오종윤 라이프플래너, 이영주 윤종빈 씨 부부, 한국여성개발원 김종숙 연구위원, 정광복 씨. 박주일 기자

▽안정성=이 분야의 사정은 정반대였다. 정 과장과 윤 이사는 부채가 거의 없고 보험에도 많이 가입해 가정 경제의 안정성이 높은 편이었다.

정 과장의 부채는 주택 구입자금으로 회사에서 빌린 2500만 원이 전부였다. 상해보험과 교육보험, 여성건강보험 등 3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다만 아직 종신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흠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윤 이사는 은행에서 빌린 500만 원이 빚의 전부였고 사망보험금이 4억 원인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부인 이 씨는 어떤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 씨가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면 가정 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J 과장은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1억2000만 원을 대출받아 아직 9000만 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종숙(金宗淑) 연구위원은 “빚이 주택 가격의 40%를 웃돌아 체계적인 상환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래 자금계획=정 과장과 윤 이사는 미래의 재무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특히 장기(3년 이상) 목표와 실행방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과장의 장기 목표는 5∼10년 내 자녀 학자금 5000만 원과 노후자금 3억 원을 마련하고 5000만 원을 들여 집을 넓히는 것.

윤 이사는 10년 내에 8000만 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하고 부모 집에서 나와 1억5000만 원짜리 집을 장만하는 것이 장기 목표.

푸르덴셜생명 오종윤(吳宗倫) 라이프플래너는 “현재의 재무 상태와 목표 사이에 괴리가 있다”며 “윤 이사와 정 과장이 계획을 달성하려면 새해부터 소비를 줄이고 각각 매월 405만 원과 228만 원을 저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J 과장은 길게 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10년 안에 빚을 모두 갚고 15년간 자녀 학자금 1억 원을 모으며 30년 동안 노후자금 2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것. ▽조사 방법=최 교수와 김 연구위원, 오 라이프플래너 등 가정경제 전문가 3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가계부 분석을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가정 구성원, 가계의 수입 및 지출, 가계의 자산 및 부채 현황, 가계의 기간별 재무목표 등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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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우리집 경제는 몇점?… 평가해 보세요▼

가계의 성장성과 안정성, 수익성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생활과학을 연구하는 서울대 최현자 교수 등 4명은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학회에 발표한 ‘재무비율을 이용한 가계 재무상태 평가지표 개발에 관한 연구’에서 가정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측정할 수 있는 가계 재무비율 지표를 소개했다.

이들이 안정성 지표의 하나로 만든 가계수지지표(월 평균 생활비를 월 평균 가계소득으로 나눈 것)를 활용하면 가계의 수익성을 측정할 수 있다.

이 지표가 0.9 미만이면 일단 수익성 측면에서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상자금지표는 갑작스러운 실업 등으로 수입이 일시적으로 끊겼을 때 현재 생활수준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한 달에 300만 원가량 쓰는 가정이 6000만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비상자금 지표는 20이 된다. 아무런 추가 소득이 없더라도 20개월은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위험대비지표는 큰 사고나 위험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를 따지는 것. 높은 것이 좋지만 지나칠 경우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부채부담지표는 매월 갚아야 하는 빚 상환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 가계가 주의해서 봐야 할 지표다.

저축성향지표는 1년간 저축한 돈이 연간 가처분소득의 몇 %인지를 나타낸다. 학계가 최소한 필요하다고 보는 기준은 10% 이상이다.

투자성향지표는 총자산 대비 금융자산(주식, 채권) 또는 실물자산의 비중으로 계산된다. 금융자산은 0.05∼0.1, 실물자산은 0∼0.9라는 두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만족시켜야 한다.

유동성지표는 노년기 가계가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 금융자산을 총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높을수록 바람직하다.

가계의 재무상태 평가지표
재무상태 평가지표해당 재무비율양호 기준
수익성 지표가계수지지표월평균 생활비/월평균 가계소득0.9 미만
안정성 지표비상자금지표금융자산/월평균 생활비6 이상
금융자산/월평균 가계소득6 이상
위험대비지표월평균 보험료/월평균 가계소득0 이상 0.2 미만
부채부담지표월평균 부채상환액/월평균 가계소득0.25 미만
총부채/금융자산10 미만
총부채/총자산0.8 미만
성장성 지표저축성향지표연간총저축액/연간가처분소득0.1 이상
유동성지표금융자산/총자산0.1 이상
투자성향지표투자자산/총자산0.05 이상 0.1 미만
실물자산/총자산0 이상 0.9 미만
자료:재무비율을 이용한 가계 재무상태 평가지표 개발에 관한 연구(2004년 9월)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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