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극 첫도전 허수경 “쓰러져도 무대에서 쓰러질 것”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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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대에 첫 도전한 허수경씨. 그는 만만치 않게 긴 2인극 대사를 1주일도 안돼 완전히 외웠다. -전영한 기자
연극무대에 첫 도전한 허수경씨. 그는 만만치 않게 긴 2인극 대사를 1주일도 안돼 완전히 외웠다. -전영한 기자
요즘 유행하는 혈액형 성격분류법으로 얘기하자면, 방송인 허수경(37)은 전형적인 ‘B형 인간’이다.

2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로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그는 B형 특유의 ‘도전의식과 추진력’으로 매일 새벽까지 연습실에서 여주인공 ‘리자’에 매달려왔다. 2인극이라 대사 분량이 만만치 않음에도 1주일이 채 안 돼 상대역 대사까지 완전히 외워서 나타났다.

“처음엔 정말 너무 떨렸어요. 연습만이 살길이다, 라고 생각하고 매달렸죠. 나중엔 제 대사가 환청으로까지 들릴 지경이었으니까요.”

국내에서는 초연되는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은 지난해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가 발표한 작품. 부부나 오래 사귄 연인들 사이에서 벌어질만한 일들을 미스터리 추리극의 형식으로 다뤘다.

허수경이 맡은 리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편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재구성하려는 강한 성격의 아내다.

“리자는 저랑 성격이 아주 닮았어요. 다혈질이기도 하고, 마음에 있는 것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리자도 틀림없이 B형일 걸요? (웃음)”

이 작품은 남편과 아내가 벌이는 ‘진실게임’ 같다. 과연 아내가 주장하는 남편의 삶은 진실일까. 아내는 자신의 ‘이상’에 맞는 남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기에 남편이 벌이는 또 다른 반전도 있다.

“처음 연극을 하는 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인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장감과 재미가 있으니까요.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고, 정극과 달리 어려운 상징 없이 전개되는 점도 좋아요.”

숨소리, 표정 하나까지 세밀하게 노출되는 소극장에서 단 두 명의 배우가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보니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는 상대역인 박상종에 대해 “오래 연극을 하신 분이라 이름 석자만 갖고 달랑 무대에 서는 저를 못마땅하게 볼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것 없이 ‘이상적인 남편’처럼 잘 도와주고 받쳐준다”고 말했다.

SBS 라디오 프로그램 ‘허수경의 가요산책’(오후 4시)을 진행 중인 그는 내년 2월 27일까지 두 달간 낮에는 방송을 하고 저녁에는 무대에 서야 한다. 체력은 괜찮을까?

“정신적 체력이 워낙 강하니 걱정 없어요.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날까지는 튼튼할 거예요.” 화∼금 오후 7시반, 토 4시 7시반, 일 3시. 02-334-5915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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