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나의 꿈 나의 청춘’…무에서 유를 일궈낸 CEO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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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나의 청춘/조일훈 지음/360쪽 1만2900원 울림사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쓴 소설 가운데 ‘집념’이라는 작품이 있다. 소설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다 입각했던 그는 작가적 안목이 무르익을 무렵인 40대 중반에 이 소설을 집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인천 창업주의 일대기(一代記)다. 이를 읽으면 거대한 기업군(群)을 일궈낸 기업인의 열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실감할 수 있다.

이창동 작가는 특정 기업인을 우호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혹 자신의 작품목록에서 슬그머니 빼놓고 싶어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마시라. 훌륭한 기업인의 진면목을 문학작품으로 승화한 작업은 일류 작가로서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기업인의 역동적 활약상을 잘 묘사하면 독자에게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다. ‘집념’은 그런 점에서 성공한 작품이다.

한국의 최고경영자(CEO) 25명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나의 꿈 나의 청춘’도 독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책이다. 역경을 뚫고 나간 그들의 체험은 인간 의지의 위대성을 일깨워 준다. 경제신문의 현역기자인 저자가 CEO들을 직접 만나 장시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청소년 시절에 가난을 겪은 사례들을 보자. 황우진 푸르덴셜생명보험 사장은 찢어지는 가난 때문에 고1 때 학교를 중퇴하고 상경했다. 벽돌공장 보조원, 골프장 인부 등으로 전전하다 교회에서 만난 집사님의 도움으로 독서실에서 공부하게 돼 명문 서울고에 합격했다. 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은 야산에 천막을 치고 살았으며 아이스케이크를 팔아 학비를 벌었다.

역경에 도전하는 용기는 감명을 자아낸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1980년대 말 수익성이 떨어진 냉장고 세탁기 부문을 맡아 경영혁신을 거듭한 끝에 효자 가전제품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는 엔지니어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34년 동안 서울 본사 근무를 사양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은 무박 2일짜리 왕복 1300km 자동차 출장을 다니기도 했다. 자동차가 완파되는 사고를 당하고도 목적지에 도착해 영업을 성사시켰다.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금호 직원일 때 계약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자 없이 입국했다가 감옥에 갇혔는가 하면, 인도의 사막에서 길을 잃고 30여 시간의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상운 ㈜효성 사장은 신입사원 시절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단신으로 심야에 쿠웨이트 시내를 누볐다.

이들은 청춘 시절부터 꿈을 가졌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수습사원 때 포항의 바닷가에서 3개월 동안 거센 바람을 맞으며 그곳에 쇳물을 뽑아내는 공장을 짓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 같은 위대한 엔지니어가 되는 게 꿈이었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동아제약 회장)은 이 책에 대한 추천사에서 “훌륭한 기업인은 머리가 좋거나 처세가 뛰어나다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장래 CEO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을 읽으면 전문경영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뀐다. 오너에게 손바닥을 잘 비벼서 발탁됐다기보다 남보다 부지런하고 창의적이며, 온몸을 던져 일에 매달린 결과라는 점을 깨달으리라.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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