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아크로폴리스]<36·끝>한국 시민운동의 방향

입력 2004-10-13 18:47수정 2009-10-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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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엄한’ 국제 사회에서도 시민운동이 힘을 얻을 수 있을까. 경남대 구갑우 교수와 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국제사회의 새로운 파워로 떠오르는 시민운동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김기환씨, 강현진, 구 교수, 최성호, 김보람씨. -전영한기자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시민운동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시민운동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경남대 구갑우 교수(39·국제정치학)가 학생들과 만나 사회운동이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의 사회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에는 대학생 김기환(22·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년) 최성호(21·서울대 사회학과 3년) 강현진(20·경희대 국제관계학과 2년) 김보람씨(20·고려대 인문학부 1년)가 참여했다.

● 한국 시민운동의 변화

▽구갑우 교수=요즘 시민운동단체, 이른바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왜 이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재미있기 때문에”라는 대답을 합니다. 수입으로 보면 다른 직장보다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만족한다는 거죠. 이런 것들은 이전에 비하면 분명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김보람=선진국으로 갈수록 사회운동에 대한 평가와 대우가 좋아지는 것 같은데요. 한국의 사회운동가들도 경제적으로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구 교수=시민운동 종사자들의 경제적 여건은 열악하더라도 시민운동의 영향력은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 권력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도 있고요.

▽김기환=낙천, 낙선운동에서 보듯 시민운동이 정치화하는 경향도 있어요. 그게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겠죠.

▽최성호=시민운동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 않을까요.

● 시민운동과 국제정치

▽구 교수=시민운동단체의 정치화 경향은 한국의 정당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지요. 정당 정치, 정책 정치가 어느 정도 제도화되면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문제를 생각해봅시다. 시민운동이 국제적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어요. 시민운동이 지구촌 전체에 관여하게 된 겁니다. 심지어 ‘지구 시민사회’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김기환=세계화, 지구화 된다는 것은 국경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 아닐까요.

▽강현진=강대국의 논리와 약소국의 논리가 다르죠. 강대국에는 ‘지구 시민사회’가 약소국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쉽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릴 테고요. 약소국에는 나라 사이의 존중을 의미하는 것일 거고요.

▽최성호=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죠. 가령 인권이라는 것도 여러 사람에게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어요. 미국이 이라크전을 벌인 명분이 인권과 평화였지만, 반전론자의 명분도 인권과 평화 아닌가요.

▽구 교수=국제정치에는 ‘힘을 가진 자’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많지 않다는 특징이 있어요. 유엔만 해도 안전보장이사회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사회에서 시민운동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강현진=시민운동이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한계는 있지만 시민운동이 있기 때문에 강대국의 논리만으로 국제정치가 흘러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이런 목소리도 있다’고 알릴 수는 있지 않을까요.

▽김보람=한국의 시민운동도 국제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우리 문제에 대해서도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김기환=그러나 시민운동이 국제적으로 확대됐을 때 주의할 부분도 있어요. 이를테면 인권단체가 특정한 나라에 대해 ‘인권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면서 압력을 가하는 건 내정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거죠.

● 시민운동의 역할과 미래

▽강현진=한국의 상황이 과거에 비해 나아진 데 시민운동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점을 평가한다면, 그것을 세계 문제에 대입해서 시민운동이 세계를 더 나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 교수=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킬 것인가가 시민운동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민운동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저항과 로비,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들이 있죠.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장 앞 시위처럼 적극적인 저항을 하는 방법도 있고, 한 나라의 정부나 의회를 설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김보람=로비가 가장 좋은 방법 같은데요. 저항은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정책을 바꿀 수는 없어 보이거든요.

▽강현진=저항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어요. 이라크 파병반대 촛불시위에 다른 나라도 큰 관심을 가졌으니까요. 주장을 알리는 ‘광고 효과’가 큰 거죠.

▽구 교수=그렇다면 이런 방법으로 시민운동이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꿀 수 있을까요.

▽최성호=전체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묻히기 쉬운 소수의 의견을 드러내는 데는 시민운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기환=국가 정책은 결국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제 질서 역시 국가들의 정책을 통해 형성되고요. 시민운동은 여론 형성을 통해 국제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구 교수=앞서도 말했지만 시민운동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죠. 시민운동의 효과를 생각하기 이전에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세상에는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죠.

▼'시민운동과 세계'에 관한 책▼

▽전 지구적 변환(데이비드 헬드 외·창비·2002년)=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지구화 과정’을 고찰.

▽지구시민사회(헬무트 안하이어 외·아르케·2004년)=최근 사회과학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 잡은 ‘지구시민사회’에 대해 논의.

▽세계화의 원근법:새로운 공공공간을 찾아서(강상중 외·이산·2004년)=일본 사회를 예로 들며 세계화 시대에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를 소개.

▽한국 시민사회의 궤적(정철희·아르케·2003년)=한국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과정을 추적. 어떤 원인으로 시민사회가 만들어지는지를 설명.

▼"새로운 미래는 꿈꾸는 사람들의 몫"▼

안민정책포럼(회장 장오현)과 본보가 공동 기획해 1월부터 진행해온 ‘신아크로폴리스-젊은 리더를 위한 민주시민강좌’는 36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애독하고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본보는 이 시리즈의 후속으로 2일부터 12월 18일까지 3개월간 매주 토요일 ‘2004 청소년 역사강좌’(문의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02-920-7089)를 개최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역사강좌 내용은 매주 화요일 게재되고 있습니다. 계속 성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리=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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