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봉규]‘소행성 충돌’ 100년안엔 없다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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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29일, 토타티스라 불리는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지 모른다는 주장이 10년 전에 제기된 바 있다. 이 소행성은 길이가 4.6km, 폭이 2.4km다.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억 개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다. 따라서 10년 전 그 주장이 옳았다면 2004년 9월 29일이 며칠 지난 지금 이 시점에서 독자들은 조용히 앉아 이 글을 읽고 있을 처지는 아닐 것이다.

사실, 10년 전 그 주장은 발표된 지 며칠 만에 철회됐다. 물론 충돌도 없었다. 9월 29일 밤 10시35분(한국 시간), 많은 사람이 추석 명절을 마치고 귀경하는 시각에 이 소행성은 지구로부터 160만km까지 근접했다가 조용히 멀어져 갔다. 이 정도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배 정도인데 상당히 먼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좀 더 접근할 경우 지구 중력에 의해 진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우주로부터의 재앙에 별로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말을 들으면 사이비 종교의 주장이라고 일축할 것이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 재앙’은 엄연히 있다. 예를 들면, 1908년 지름 50m 정도의 소행성(혜성이라는 주장도 있다)이 시베리아의 퉁구스카 지역으로 날아 들어와 공중에서 폭발했는데, 그 잔해는 지름 50km 안에 있는 8000만 그루의 나무를 쓰러뜨렸다. 추정되는 파괴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2000배.

소행성은 태양계를 떠도는 작은 돌덩어리들이다. 큰 것은 지름이 900km나 되지만 작은 것은 주먹만한 것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소행성이 지구 궤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일부는 지구 가까이 접근하거나 언젠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지름이 10km 되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히로시마 원자폭탄 10억 개의 파괴력을 갖는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3000만년에 한 번 정도에 불과하다. 대신 50m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칠 가능성은 100년에 한 번 정도는 된다. 작은 것일수록 충돌 가능성은 훨씬 높다. 하늘에서 돌이 떨어져 지붕이 붕괴되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충돌을 막기 위해 미리 폭파하는 방법이 제시된 적이 있다. 그러나 파괴된 잔해들이 딴 데로 가지 않고 지구와 충돌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알려진 가장 좋은 방법은 충돌할 소행성의 궤도를 살짝 바꾸는 것이다. 특히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을 때는 궤도를 조금만 바꾸어도 지구가 아닌 딴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문제는 워낙 덩치가 커서 현재의 기술로는 그 정도의 궤도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들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예측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그런 소행성들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세대와 한국천문연구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망원경을 설치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찾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앞으로 100년 안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지금껏 발견된 게 없다는 점이다.

김봉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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