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슈퍼스타 감사용’ vs ‘귀신이 산다’

  • 입력 2004년 9월 16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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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감사용' -사진제공 싸이더스
'슈퍼스타 감사용' -사진제공 싸이더스
《수준급의 ‘두 투수’가 있다. 문제는 한쪽은 직구 스피드가 좋은데 변화구가 약하고, 다른 쪽은 그 반대라는 점이다. 추석 대목을 노리고 17일 나란히 개봉되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과 ‘귀신이 산다’가 그렇다. ‘슈퍼스타…’가 직구를 앞세운 정통파 투수처럼 정직한 화법의 영화라면 ‘귀신…’은 뻔히 알면서도 헛스윙을 하게 만드는 변화구 위주의 기교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약점은 상대 타자(관객)를 꼼짝 못하게 할 ‘결정구’가 없다는 점이다.》

▼슈퍼스타 감사용▼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 감독)은 제목에서 속마음이 그대로 읽히는 영화다. 프로야구 초창기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감사용씨(47)를 모델로 한 이 작품은 패자의 삶을 다뤘다. 그의 성적은 1승15패1세이브였다.

감사용은 영화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이 다른 누군가로 바뀌어도 관계없다. 감사용은 다만 이 세상 꼴찌들의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꼴찌 팀의 꼴찌 투수’ 감사용(이범수)이 당시 최고 스타 박철순(공유)을 상대로 이길 뻔했던 순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서히 이동한다. 여기에 야구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선수들의 갈등과 에피소드, 감사용과 야구장 여직원 은아(윤진서)의 농도 옅은 로맨스를 곁들였다.

“왜 꼴찌들의 이야기를 하는가?” 김 감독은 이 질문에 대해 꼴찌들이 단순한 패배자가 아니라 꿈을 위해 청춘을 던진 용기 있는 존재임을 분명하게 말한다.

명쾌한 결말이면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영화가 시작될 때부터 예상됐던 뻔한 대답을 순진하게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굳이 박철순이 아닌 감사용을 선택했다면 80년대라는 시대 자체가 만든 그늘과 사회의 주류에서 소외된 자들의 정서에 대한 세밀화가 아쉽다. 그래서 이 작품은 수작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야구장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게 된다. 전체 관람가.

▼귀신이 산다▼

'귀신이 산다' -사진제공 이노기획

이 영화에는 또 다른 ‘귀신’들이 들어서 있다. 이미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를 함께 만들며 ‘대박’의 손맛을 느껴본 차승원과 김상진 감독 등 흥행 귀신이다.

3대를 이어온 셋방살이 설움. 꼭 자기 집을 가지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에 품고 살던 필기(차승원)는 낮에는 조선소 기사로,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마침내 바닷가의 전망 좋은 집을 사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다. 난데없이 식칼이 날아오고 엉뚱하게 소파가 그를 공격한다. 교통사고로 죽은 뒤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귀신 연화(장서희)가 필기를 내쫓기 위해 나선 것.

‘차승원과 김상진 감독이 만났을 때…’, 영화는 이전 작품처럼 변함없이 ‘약속된’ 웃음을 제공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는 뻔뻔하고 욕심이 많다. 이 작품은 셋방살이와 끊임없는 이사 등 집이라면 사연 한두 가지쯤 있는 한국인의 정서를 건드린 점과 컴퓨터그래픽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빼면 ‘김상진 코미디’의 흥행 공식을 반복한다.

‘주유소 습격사건’과 ‘링’을 패러디한 장면, 이미 ‘주유소 습격사건’ 때부터 사용된 군중 신을 통한 극적인 상황 연출, 약간의 반전(反轉)이 이어진다.

매우 익숙하고 예측가능한 공식임에도 웃음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김 감독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는 차승원의 ‘개인기’는 코미디 연기에서는 정상급이고, 반짝 아이디어도 어쩔 수 없는 웃음으로 이어진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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