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과학자 “核연료 재처리 시설 필요”

  • 입력 2004년 9월 1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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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에너지 재활용 차원에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구조차 엄두를 못 내고 있는 형편이에요.”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의 핵연료 실험에 대한 의혹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 원자력 전문가가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말이다.

2004년 현재 국내에는 전남 영광, 부산 고리, 경북 월성과 울진 등 4개 원전 부지에서 19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발전을 마친 ‘사용 후 핵연료’에는 우라늄 플루토늄 등 다시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4개 원전 부지에 보관된 ‘사용 후 핵연료’는 약 10만t. 이를 다시 원자력 발전에 사용한다면 현재 98%에 이르는 에너지수입률을 83%로 15%포인트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사용 후 핵연료’는 한국에 보관돼 있지만 사실상 우리 소유가 아니다. 재처리를 위한 연구를 하려면 핵연료(농축우라늄)를 공급한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고순도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할 것을 우려해 연구를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별도로 추출하지 않고도 혼합된 형태 그대로를 새로운 핵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며 ‘평화적 목적’의 연구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을 답답해하고 있다.

또 다른 원자력 전문가는 “우라늄 자원이 고갈되는 때를 대비해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사용 후 핵연료’를 직접 다룰 수 없는 형편이라 현재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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