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위의 분전함-변압기 발걸음 막는 '거리의 흉물'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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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1가의 한 버스정류장을 가로막은 채 보도에 설치돼 있는 변압기 등 전기공급장치들.- 황태훈기자
서울 종로1가의 한 버스정류장을 가로막은 채 보도에 설치돼 있는 변압기 등 전기공급장치들.- 황태훈기자
11일 오후 서울 종로1가. 행인들이 분주히 오가는 보도 곳곳에 분전함 변압기 개폐기 등 각종 전기공급장치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게 한눈에 보기에도 흉해 보였다.

직육면체 형태로 큰 것은 폭이 0.9m, 높이가 1m나 돼 미관상 보기 싫은 것은 물론이고 보행에도 적잖은 지장을 주었다. 아예 버스정류장 앞을 가로막은 것도 있었다.

이처럼 보도에 설치된 크고 작은 전기공급장치는 전국적으로 약 5만개, 서울시내에만 약 1만4000개에 이른다.

이들 장치는 1970년대 말부터 전신주를 없애고 각종 전선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地中化) 사업의 결과물이다. 환경미화 차원에서 주로 도심 위주로 지중화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지중화율은 전국적으로 9.8%에 불과하고 지방의 경우 아직도 대부분 전신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의 지중화율은 48% 수준으로 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도심의 거리 개선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 장치들이 걸림돌이 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2005년까지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될 종로1∼6가에 흩어져 있는 218개의 장치들을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한국전력측이 갈등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윤혁경 도시정비반장은 한전측이 건물을 매입해 이들 장치를 건물 지하나 옥상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했다.

서울시 윤혁경 도시정비반장은 “종로의 보도를 넓혀도 전기공급장치가 남아 있으면 미관상 좋지 않고 보행에 지장을 준다”며 “선진국 도시들처럼 대부분의 전기공급장치를 건물 안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장치를 관리하는 한전측은 건물 옥상이나 지하로 옮길 경우 위급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한전 지중배전팀 한명관 과장은 “일본의 변압기는 대당 처리 전압이 약 6600V지만 우리는 2만2900V로 크기를 줄일 경우 오히려 그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구청에서 30%, 한전에서 70%의 비용을 부담해 전기공급장치를 건물로 옮긴 서울 광진구 노유거리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전은 이들 장치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장치의 점용료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한전은 도로상의 전기공급장치 1개당 연간 점용료로 서울의 각 자치구에 1000원을 내고 있다. 이는 종로구나 강남구의 평당 땅값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에 현실화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

그러나 한전측은 이들 장치도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더 이상 점용료를 올려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전의 한 과장은 “점용료를 적게 내는 대신 가로등의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점용료를 인상하면 원가부담이 커져 각종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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