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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실][문학예술]‘마지막 거인’…인간의 헛된 명예욕

입력 2004-06-18 17:19업데이트 2009-10-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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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프랑수아 플라스 글·그림 윤정임 옮김/87쪽 8800원 디자인하우스

지구에서 멸종된 동물들을 조명한 역작 ‘자연의 빈자리’를 읽었다. 섬세한 세밀화로 표현된 그림 속 동물들을 우리 지구에서 볼 수 없다니 안타깝다. 지구별의 주인은 인간이 아님에도 우리들은 개발의 논리로 자연과 동식물을 분류하고 훼손하고 멸종에 이르게 한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갔던 갈라파고스 섬은 이제 관광지로 단장되고, 상어 지느러미와 같은 음식 재료를 위해 이 섬의 동물들이 남획되고 있어 보호단체와 이들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어민간의 갈등이 팽팽하다는 기사를 읽었다.

몇 년 전 찾았던 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가 생각났다. 신영복 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에 나오는 금강소나무. 건강한 붉은 빛을 띤 소나무는 좀처럼 쉽게 찾아갈 수 없는 곳에 있었기에 더 반가웠다. 그날 밤, 소나무 근처에서 민박을 하며 이곳도 머지않아 사람 손에 많이 달라질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그곳까지 가는 길을 일부러 자세히 쓰지 않았던 마음이 짚였다.

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을 빌려 가는 아이들을 보면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소개하는 책 ‘마지막 거인’은 환경과 생태에 관한 열 마디 말보다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골라 오는 귀한 눈을 가진 아이들을 듬뿍 칭찬해 주며, 천천히 읽으면 더 좋고 끝의 추천사도 꼭 읽으라고 권한다. 표지는 온몸에 문신이 새겨져 있는 거인을, 그 옆에서 실크해트를 쓴 문명인이 올려다보는 것이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만나는 문장은 책을 읽기도 전에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것이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우연히 지리학자의 손에 들어온 거인의 이. 거기에는 이상한 그림이 조각되어 있었다. 학문적 호기심에 이빨의 주인을 찾아 나선 ‘나’는 운명적으로 거인들의 나라에 가게 된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거인들과의 만남과 교류가 이어지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책으로 펴낸다. 그러나 그냥 자연으로, 두고 보면서 함께 살아 가면 될 것을, 협잡꾼과 장사꾼과 저널리스트들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운반되어 온 아름답고 숭고한 거인 안탈라의 머리를 보고 ‘나’는 그들이 비참하게 살육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별을 꿈꾸던 아홉 명의 아름다운 거인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 버린 못난 남자의 이야기라며 끝을 맺는 동화. 짧지만 울림은 큰 책이다.

책 끝에 있는 추천사도 정갈한 한 편의 글이었다. 은어 축제, 반딧불이 축제로 흥청거리며 상업적인 좌판이 깔리는 마당에서 정작 축제의 주인공인 은어와 반딧불이는 괴롭고 답답하다. 잔치가 끝나고 나면 인간들의 등쌀에 그들은 어디론가 쫓겨 가거나 생명을 내주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위하여, 자연의 빈자리를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위하여, 감동적인 그림책 ‘마지막 거인’을 권한다.

서미선 서울 구룡중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 모임 회원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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