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한지붕 세가족’ 외교안보팀

  • 입력 2004년 6월 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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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합시다.”

격의 없는 만남이나 대화가 필요할 때 흔히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서로 감정이 상했던 친구들이 포장마차에서 한잔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콧노래를 함께 부르며 밤거리로 나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한미동맹의 냉랭한 기류를 취재하면서 ‘한미 당국자들이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하면서 깊은 속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 외교안보팀 내의 불협화음을 보면 ‘한미 포장마차 회동’보다 급한 것이 이들 외교안보팀의 ‘의기투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지난달 19일 ‘주한미군의 해외 이동에 대한 한미간 사전협의제 추진’에 관해 “지난 50여년간 주한미군의 감축 등 주요 변화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한미동맹 50년을 통틀어서 (그렇게) 단순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정치적 성숙도에 따라 한미동맹 관계의 협의 체제도 발전해 왔다는 것.

지난달 28일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물밑 대화 과정을 상세히 공개한 것도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일각에선 “‘과거 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하면 미국도 할 말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주한미군 감축 협상을 위한 3인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방부 대신 외교부(북미국장)에서 ‘실질적 대표’를 맡게 된 것도 논란을 빚었다. 국방부에선 “이럴 수 있느냐”며 ‘소외감’을 토로했고 외교부에선 “국방부엔 사람이 없느냐”며 ‘부담감’을 호소했다.

결국 NSC 등이 나서 “3인위원회엔 ‘대표’가 없다”는 기막힌 해법을 내놓아야 했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협상장에서 ‘미국’과 싸우는 것보다 우리 안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더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의기투합한 외교안보팀의 어깨동무를 보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강력한 대미 협상력일 것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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