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오태영 극본·김영환 연출)는 6·25전쟁과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지루하게 반복되는 전쟁의 상처를 위로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연극이다.
끊임없이 죽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영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여인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인과 살던 현지처였다. 그 여인은 전쟁이 끝난 뒤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았던 딸을 데리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딸은 ‘라이따이한’이라는 이유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임신 중이다. 엄마는 딸에게 자신의 삶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낙태를 시키려 한다.
과거 아버지의 월북으로 연좌제의 희생양이 됐던 우영은 모녀를 통해 낯선 땅에서 또 한번 벗어날 수 없는 ‘연좌의 사슬’과 마주치게 된다. 이 슬픈 현장에서 주인공은 마침내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갖는다. 자신보다 더 고통스럽게 살아온 베트남 모녀를 위해,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작가 오태영은 초기작인 ‘고구마’ ‘매춘’을 비롯해 ‘조통면옥’(통일익스프레스) ‘돼지비계’ 등 통일연극시리즈까지 찬반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작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전쟁의 아픔을 직접 겪은 바 있는 그는 거창한 관념적 언어보다는 지극히 인간적 측면에서 극을 풀어나간다. 화∼목 7시반, 금토 4시반 7시반, 일 3시. 1만, 1만5000원. 02-744-030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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