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명품에 부는 ‘차이나 바람’

  • 입력 2004년 5월 20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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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상징하는 주요 소재인 연꽃을 모티브로 한 반클리프 엔드 아펠의 반지와 클립
중국을 상징하는 주요 소재인 연꽃을 모티브로 한 반클리프 엔드 아펠의 반지와 클립
‘The art of China.’ 요즘 명품 패션계의 화두다.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나 영화 속에서 오리엔탈 디자인이 등장한 지는 이미 오래.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풍 소재를 주요 모티브로 삼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의 계기는 ‘명품대국’ 프랑스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를 ‘프랑스 속 중국의 해’로 지정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중국도 올 10월부터 내년 7월까지를 ‘중국 속 프랑스의 해’로 지정했다.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명품 브랜드들의 주도로 중국풍 패션은 상당기간 세계를 휩쓸 전망이다.

이 브랜드들의 특징은 중국 이미지를 차용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다는 것. 중국인들에게 의미 있는 역사적 인물이나 신화 속 동물, 한자 등의 디자인을 이용하거나 중국 전통의 색감을 강조하는 방식.

○ 龍, Lotus, 산수화

용과 연꽃 등은 중국을 상징하는 주요 디자인 소재.

15일부터 7월 18일까지 중국 상하이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카르티에는 ‘용의 키스’라는 뜻의 ‘르 베제 디 드라공’ 시리즈를 선보였다. 서양에서는 용이 불길한 동물로 금기시돼 왔지만 카르티에는 새로운 디자인 요소로 적극 활용했다. 백금 클립과 반지 등의 제품 디자인을 ‘龍’자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반클리프 앤드 아펠은 연꽃을 모티브로 한 반지, 목걸이 등의 ‘로터스’ 시리즈를 선보였다.

지난해 첫 매장을 중국에 낸 예거 르쿨투르는 중국의 산수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리베르소 플로럴 클라우드’ 시계를 선보였다. 104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구름문양에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동양의 미를 표현하려 애썼다.

셀린느는 ‘아틀리에 디 메트르’ 부기백 시리즈를 프랑스가 아닌 중국에서 디자인했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중국 화가 팡팡리가 중국 항저우 아트앤디자인 스쿨의 학생들과 합동으로 만들어 낸 것. 너트, 허니 색상 등의 스웨이드에 중국적 느낌이 나는 대나무, 목련, 은방울 꽃 등을 그려 넣었다.

○ Red, 靑, 검은색

색상도 중국의 전통을 최대한 살렸다. 행운과 성공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단연 많다. 정화, 고결함을 의미하는 검은색이나 안녕을 뜻하는 흰색, ‘청나라’를 상징하는 푸른색 등도 있다.

루이뷔통의 ‘카르네 드 보야지 아 페킹’ 수트케이스는 붉은 모로코가죽으로만 만들었다. 지난해 ‘중국의 해’를 기념해 선보인 이 제품은 명나라 때 나무로 가방을 만들었던 장인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메탈 장식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

펜디의 중국풍 ‘바게트 백 빈티지’ 에디션도 깃털과 자수기법을 활용해 공작이나 모란 등을 입체감 있게 새기고 빨간색 손잡이나 스트랩으로 주요 포인트를 줬다.

카르티에는 빨간색, 검은색 루비 구슬을 이용해 풍경모양으로 만든 반지, 귀걸이를 선보였다. 풍경은 중국인들이 청아한 소리로 갈증을 잊기 위해 갖고 다녔다고 하는데 여기에 중국의 전통적인 색감의 의미를 더한 것. 이 밖에 반클리프 앤드 아펠은 강렬한 빨간색 광택 가죽 스트랩에 황금색 자수와 금장식으로 연꽃을 표현한 ‘프리볼’ 주얼리 라인을 출시했다.

중국 청송을 모티브로 한 루이비통의 재킷과 바지.

○ 사람, 전통, 문화

중국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 전통을 그대로 표현한 제품들도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동양의 콜럼버스로 불리는 명나라 항해사 정화(鄭和·1371∼1434) 이야기를 담은 시계를 선보였다. 정화는 15세기 초 8000t급의 대형 목선으로 인도양 등을 누빈 전설적인 인물. 문자판에는 그가 항해 당시 이용한 지도가 그려져 있다. 시침이 없고 분침 끝에 시간을 뜻하는 12개의 숫자가 차례대로 나타나 분을 알려주는 방식이 독특하다.

카르티에 ‘탱크 디반 라지’ 손목시계는 중국 전통기법대로 푸른빛 칠보 에나멜을 사용해 문자판 가득히 용을 새겨 넣었다. 구름 배경 문양이 시계케이스에까지 이어져 신비로움을 극대화했다.

루이뷔통이 이번 시즌 선보인 차이니스 풍의 재킷과 통이 넓은 주름바지는 단추 대신 중국식 전통 매듭을 사용해 동양적인 느낌을 살렸다. 지난해 구치가 매화꽃이 수놓인 드레스를,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만다린 옷깃의 셔츠를 선보인 것과 맥을 같이한다.

명품 디자이너들의 동양에 대한 이해와 현대적 재해석에 힘입은 중국풍 제품들이 서양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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