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종교인에게 듣는다]<5·끝>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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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목사는 “그 사람의 생각이 싫다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풍토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한기자
인명진 목사는 “그 사람의 생각이 싫다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풍토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한기자
“지금 한국사회는 ‘간음한 여자’를 치려고 모두 돌을 들고 있는 것 같은 형국입니다.”

28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부근 갈릴리교회에서 이 교회 담임 인명진(印名鎭·58) 목사를 만났다. 인 목사는 70∼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재야의 대표적 인물. 72년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를 만들어 노동운동의 불을 댕겼고,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에서 두 달여간 고문을 당했으며, 87년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으로 6·10항쟁을 이끌었다. 네 번의 옥고로 감옥에서 3년여를 보냈다.

그는 성경에서 군중들이 예수 앞에 ‘간음한 여자’를 끌고 와 돌로 치려는 대목을 인용하며 말을 꺼냈다.

“70∼80년대는 ‘빨갱이’로 낙인찍히면 꼼짝 못했는데 요즘은 ‘보수 수구’로 낙인찍히면 꼼짝 못해요.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매도하는 상황이 심각합니다. 요즘처럼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두려울 때도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과거 ‘좌경’으로 몰렸다가 요즘은 ‘수구’로 몰리고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사회에서 주도적 여론을 가진 사람들이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인간 같지 않다’거나 ‘쓰레기’로 취급하는 비이성적 문화를 개탄했다.

“탄핵소추를 ‘쿠데타’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저도 탄핵사유가 과연 정당한가는 의문이 듭니다. 내용적 정당성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총칼 들고 법을 고쳐 탄핵했다면 몰라도 과거부터 있던 법을 이용해 탄핵한 것을 ‘쿠데타’라고 해선 안 되지요. 민주주의의 기본인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돼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사고의 중심에 ‘인간’을 두지 않고 ‘이념과 조직’을 놓는 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이념과 조직’을 중심에 놓는 순간 이념 밖의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도 과거 군사독재시절 국가조찬기도회에 나가면서 권력에 유착했던 목사들을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들도 ‘역사’라는 드라마에서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악역이었을 뿐이죠. 근대화 세력이 추진한 경제 개발의 혜택을 어떻든 지금 누리고 있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보수세력이 지금 이렇게 당하는 건 그들이 힘이 있을 때 상대를 마구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진보세력도 그 교훈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는 상대를 정죄(定罪)하려고 하지 말고 포용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예수님은 ‘죄 없는 자는 저 여인을 돌로 치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 끌어안는 예수님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합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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