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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시대 가로지르기]<8>이정전 교수의 그린벨트화論

입력 2004-04-11 18:57업데이트 2009-10-1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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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환경파괴와 부동산 투기 문제는 하나의 몸에 붙은 두 개의 머리”라며 정부의 총체적이고도 세밀한 토지개발계획 수립과 시행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미옥기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개발론과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생태계를 지켜야한다는 보존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정부의 토지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부동산 투기 붐이 일고 이로 인해 소득재분배 구조가 왜곡된다는 비난이 터져 나온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정전 교수(61·경제학)는 한국사회에서 고질화한 이 증세들이 사실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그것은 정부의 개발사업이다.》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정부

이 교수는 최근 환경파괴의 주범이 공해산업을 주도하는 민간기업에서 정부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금 환경파괴 논쟁을 일으키는 사업들을 보십시오. 갯벌을 간척하고, 도로를 뚫고, 신도시를 만드는 그 뒤에는 정부주도 개발시대의 기간병인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이런 개발사업이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한다고 말한다.

“땅값이 이상 폭등하는 곳은 하나같이 정부의 개발계획이 발표되거나 정부주도의 대규모 건설사업이 점쳐지는 곳들입니다. 정부는 겉으론 부동산 투기바람을 잡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경기가 나빠지면 어김없이 건설사업으로 내수 진작을 위해 투기바람을 조장해왔어요.”

환경이나 부동산 문제의 원인이 기업보다 정부에 있다는 이 교수의 현실 분석에는 자신이 전공한 ‘미국식 주류경제학의 현미경’이 동원된다. 그러나 그 대책마련에는 ‘유럽식 정치경제학의 망원경’을 들이댄다.

“주류경제학에선 토지문제의 해결을 무능한 정부가 아니라 유능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린벨트 등에 대한 정부규제를 풀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맡기면 된다는 거죠. 그러나 저는 토지를 다른 상품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상품이라면 누구나 그 가격을 쉽게 알 수 있어야 하는데 토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어느 지역의 땅값이 얼마인지는 쉽게 알 수 없다. 정부가 공시지가를 알아내기 위해 매년 수 백 억 원의 돈을 쏟아 붓지만 ‘현실성이 없다’며 일반인들의 빈축만 사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토지사용이 공공의 이익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강조한다. 한강 상수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처음 상수원 지역 토지국유화를 추진하다가 사유재산 보호를 내세운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폐수처리장 확충에 그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유럽의 도시와 국토가 아름다운 이유

상황을 타개할 해법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정부가 종합적이고 세밀한 국토개발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토지이용만을 허가하는 ‘유럽식 토지개발계획’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 프랑스도 20세기 초에는 우리와 같은 부동산투기, 환경파괴 문제에 봉착했었지요. 그 때 채택한 것이 정부가 전 국토를 어떻게 개발할 지 장기적이면서도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어긋나는 토지이용은 철저히 규제하는 ‘전 국토의 그린벨트화’였습니다. 오늘날 유럽의 도시와 국토가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토지개발사업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개발지를 선정하고, 개발할 때도 주거공간이냐 상업공간이냐는 용도나 고도제한 정도의 규제만 할 뿐 나머지는 민간개발업자의 자율적 처리에 맡기는 미국식이다. 민간개발업자는 충분한 녹지공간이나 학교부지, 상하수도시설 확보보다는 더 많은 개발이익 확보를 목표로 건물을 짓다보니 난개발과 투기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정부가 전체 국토개발의 장기적 청사진을 수립하고 해당 토지소유자는 그 용도에 맞게만 토지를 이용할 수 있다. 또 개발지에서도 녹지공간과 도시 인프라 등이 세밀하게 계획되기 때문에 개발업자나 입주자가 폭리를 목표로 난개발을 할 수 없다. 이처럼 토지개발이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돌아갈 개발 차익이 줄어들 때 부동산투기 문제와 환경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간판 디자인을 정부 규제 하에 두는 정책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사적 이용을 규제한 유럽식 토지개발 계획과 같은 원리지요.”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포항제철형 모텔

일터-삶터 함께 건설하는 기업 혜택줘야

이정전 교수는 환경파괴와 부동산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근원적 처방으로 ‘전 국토의 그린벨트화’를 제안하는 동시에 신도시 개발권을 기업체에 위임하는 시장 지향적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수도권 지역의 신도시들이 ‘자족도시’를 목표로 개발됐지만 결국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들의 베드타운(bed town)에 그치고 만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거지와 직장이 일치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베드타운 형 신도시만 만든다면 교통난은 더욱 심해지고 출퇴근용 간선도로를 만드느라 환경도 파괴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그가 제시하는 것이 ‘포항형 모델’. 포항제철이 경북 포항에 산업과 주거단지를 종합적으로 건설한 것처럼 기업체에 신도시개발의 우선권을 부여하자는 것.

“산업단지를 확보한 기업이 사원주택단지 뿐 아니라 학교, 쇼핑센터 등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토록 하는 겁니다. 정부는 그에 대해 일정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면서 기업이 잘 할 경우 인센티브를 준다면 오히려 난개발에 따른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같은 시장 지향적 방안은 보조적 차원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최근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주류경제학도 다양한 분야와 접목되면서 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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