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워치]“역시 정치9단” 시라크의 절묘한 改閣

  • 입력 2004년 4월 1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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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개각을 단행했다. 지방선거 대패(大敗)에 따른 문책 및 분위기 쇄신 차원의 개각이었다.

경질설이 돌던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는 유임시켰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49)을 경제 재무장관에 기용했고, 도미니크 드빌팽 외무장관을 내무장관에, 미셸 바르니에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외무장관에 임명했다.

라파랭 총리 유임은 공공분야 개혁에 대한 시라크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내무장관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인 사르코지 장관을 총리 다음 자리인 경제 재무장관으로 발탁한 것도 경제 개혁 및 회복에 역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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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시스 메르 전 경제 재무장관은 경기침체와 실업자 증가, 장 프랑수아 마테이 전 보건장관은 지난해 여름 폭염 때의 대규모 노인 사망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뤽 페리 전 교육, 장 자크 아야공 전 문화장관은 교사와 예술가들의 개혁반대 시위로 옷을 벗었다.

하지만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는 개각의 저변에 ‘정치 9단’ 시라크 대통령의 노회함이 숨어 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지적했다.

먼저 라파랭 총리 유임은 인기 없는 개혁정책을 지속할 ‘방탄총리’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것. 프랑스 정치인 가운데 최고의 지지율을 올리며 자신의 ‘3선가도’를 위협하는 사르코지 장관을 총리로 내세울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대통령은 라파랭 총리의 용도가 다할 때까지 쓸 것”이라고 관측했다.

더 절묘한 행마는 사르코지 장관을 경제 총수에 기용한 것. 10%의 실업률로 경기침체 국면인 프랑스 경제는 장관이 잘한다고 달라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재정적자 확대로 EU의 경고까지 받은 마당에 긴축재정을 끌어가며 인기를 얻기는 어렵다.

외교에서 시라크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드빌팽 장관을 사르코지의 자리였던 내무장관으로 옮긴 것도 저의가 있다는 분석. 심복인 드빌팽 장관을 키워 사르코지 장관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좌파 정치인 조르주 사르 전 장관은 “위선자(시라크 대통령)의 왈츠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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