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폴리와 함께’…화끈한 그녀 덕에 해방된 내 삶

  • 입력 2004년 3월 30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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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IP코리아
사진제공 UIP코리아
4월 2일 개봉예정인 ‘폴리와 함께’(Along Came Polly)는 ‘아주 좋은 재료만 엄선한, 그러나 푹 끓이지 않은 찌개’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성공 요소를 다 갖췄다.

극과 극으로 대치하는 남녀의 캐릭터, 화장실 유머, 상대의 마음을 여는 극적인 퍼포먼스까지. 게다가 벤 스틸러는 영화 ‘매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트 페어런츠’에서 보여준 ‘신경증에 시달리는 소심남’의 성공적인 캐릭터 위에 서 있다. 시트콤 ‘프렌즈’에 출연했던 제니퍼 애니스톤의 천박한 듯 귀여운 매력도 TV에서 영화로 매끄럽게 옮겨졌다.

좀스럽고 따지기 좋아하는 보험회사 손해사정인 루벤(벤 스틸러)은 신혼여행지에서 아내가 스킨스쿠버 강사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 결별을 선언하고 돌아온 루벤은 우연히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중학교 동창 폴리(제니퍼 애니스톤)와 마주친다.

문신을 새기고 ‘지저분한’ 살사 춤을 즐기며 희한한 제 3세계 음식에 심취된 폴리에게 루벤은 혐오와 호감이 교차된 감정을 느낀다. 한편 아내 리사는 재결합을 원한다며 루벤에게 다가온다.

‘폴리와 함께’는 그러나 폭발하지 않는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탓이다. 루벤이 피나는 연습 끝에 결벽증을 극복하고 살사 댄스를 폴리 앞에서 멋지게 추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감동의 꼭지점이지만, 영화 중반에 등장해서 일찌감치 김을 다 빼버렸다. 이후 루벤과 폴리의 갈등은 긴장을 주지 못한다. 땅에 떨어진 땅콩을 용기 내어 집어먹는 루벤의 모습에 폴리의 가슴 속에 쌓였던 앙금이 싹 가시는 장면은 클라이맥스치고는 맹숭맹숭하다.

소심한 루벤이 농구하다 털 복숭이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진저리를 치거나, 폴리 집 화장실을 쓰다 변기가 막혀 쩔쩔매는 에피소드들도 산만한 느낌을 더할 뿐이다. 인물 캐릭터의 파괴력이 에피소드를 응집시킬 만큼 강한 자장(磁場)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트 페어런츠’의 각본을 썼던 존 햄버그 연출.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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