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촌티 패션’ 지구촌 활보…80년대 복고로 가는 봄

  • 입력 2004년 3월 25일 17시 17분


코멘트
서울=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런던·밀라노·파리=퍼스트뷰 코리아

서울=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런던·밀라노·파리=퍼스트뷰 코리아


1980년대 빈티지 스포츠 룩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스트리트 패션으로 유행하고 있다.

본보 위크엔드팀이 패션정보회사 퍼스트뷰 코리아(www.firstviewkorea.com)와 공동으로 3월 셋째 주 서울,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의 스트리트 패션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경향은 4개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이 패션은 아디다스, 카파, 르코크 스포르티프, 아식스 등 1980년대 유행했던 스포츠 브랜드들의 오리지널 아이템으로 멋을 내는 것.

지난해까지 주시 쿠튀르와 J.Lo의 상하의 벨벳 트레이닝복 세트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복고풍 디자인의 트레이닝 잠바가 각광 받는다.

이들 브랜드의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등 강렬한 원색 잠바는 로고가 새겨진 커다란 가방, 원색의 플라스틱 귀고리, 모자 뒷부분이 망사 처리된 트러커 햇 등과 잘 어울린다. 짧은데님 스커트, 나팔 바지 등과 입으면 경쾌하다.

런던, 밀라노, 파리에서는 워싱 처리된 카고 팬츠, 아웃 포켓 재킷 등도 더불어 인기. 촌스러움이 최첨단 유행으로 역전된 것이다.

바지 위에 부츠 또는 농구화를 신거나, 짧은 미니 개더 스커트를 겹쳐 입기도 한다. 트럭커 햇, 바이커 재킷, 프린트 셔츠도 많이 보인다.

최근 파리 프레타 포르테의 2004∼2005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반영돼 샤넬의 칼 라거펠트, 에르메스의 장 폴 고티에 등이 모두 스포츠 룩을 제시했다.

퍼스트뷰 코리아 송서윤씨는 “인터넷으로 해외 유행 아이템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 스트리트 패션에 갭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19일 트렌드 세터들이 모이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

검은색 가죽 잠바, 베이지색 정장 바지에 1980년대식 아디다스 오리지널 스니커즈를 신은 심은진씨(27)를 만났다.

“스웨이드 소재의 복고풍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데얼스 매장에서 구입했어요.”

심씨는 같은 매장에서 샀다는 핫핑크색 가방으로 무채색 옷차림에 포인트를 줬다.

정병욱씨(31)는 워싱 처리된 짙은 인디고색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청바지 위에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구입했다는 파란색 지프 업 잠바를 입었다. 운동화는 검정색 가죽 나이키 제품.

이 밖에도 검정색 캐시 가죽 재킷에 보잉 스타일 레이밴 선글라스 차림, 청바지 위에 회색 미니스커트를 겹쳐 입은 스타일 등이 눈에 띄었다.

갤러리아 백화점 숙녀정장팀 우희원씨는 “요즘 패션 피플은 각 스포츠 브랜드의 오리지널 아이템 역사를 이해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런던

1980년대 유행 아이템인 미니 플레어 스커트와 루스 부츠의 매치가 부쩍 눈에 띈다. 부츠는 앞코와 굽이 날렵해 미니스커트와 잘 어울린다.

당시 트렌드였던 검은색과 흰색의 배합에 빨간색, 형광 분홍색 등의 액세서리로 복고 느낌을 강조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양옆에 주머니가 달려 실용적인 카고 팬츠에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는 트러커 햇을 쓰기도 한다. 본 더치 브랜드의 트러커 햇은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다. 로고가 드러나는 명품 브랜드 가방 대신 의상 콘셉트에 어울리는 넉넉한 크기의 가죽 가방으로 빈티지 룩을 마무리한다.

최첨단 유행의 도시 밀라노에서도 빈티지 복고풍이 대유행한다.

◆밀라노

스포츠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서울과 달리 다양한 소재와 장식 요소의 믹스 매치가 두드러진다. 복고풍 프린트의 원색 미니 원피스에 레깅스 팬츠와 가죽 재킷을 입어 1980년대 레트로 룩을 표현한다.

대중 스타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는 팝 아트 작품을 연상시킨다. 앞코가 뾰족한 구두와 형광 색상의 양말 매치는 펑키한 느낌마저 준다.

빈티지 밀리터리풍의 바지는 밑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진다. 큼지막한 크기의 선글라스, 캐주얼 재킷, 굵은 가죽 벨트, 컬러풀한 스카프 등은 1980년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서울에서는 리바이스 타입 원 처럼 짙은 인디고 색상의 청바지가 인기이지만, 밀라노 등 해외에서는 워싱 처리를 많이 해 자연스럽게 회색과 푸른색이 함께 표현되는 청바지도 인기.

형광 색상의 스타킹, 알록달록한 머플러 등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대신 무늬 없는 흰색 티셔츠로 깔끔한 분위기를 낸다. 액세서리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도 포인트.

◆파리

파리에서도 레깅스 위에 치마를 덧입는 1980년대 감각의 레이어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치마 차림에 구두 대신 캔버스화로 마무리해 캐주얼한 느낌을 살린다.

디스코 열풍을 타고 아방가르드와 노스탤지어 모드를 융합시킨 1980년대 패션은 스포츠웨어를 본격적으로 발달시켰다. 작업복이었던 청바지가 샌드 워싱 처리 등을 통해 스노 진 등 패션 의류가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이세이 미야케 등 일본 디자이너들은 기모노 겹쳐 입기를 통해 세계적 디자이너로 발돋움했다.

인간과 자연, 역사적 요소와 민속적 요소가 레이어드됐던 1980년대 패션이 2004년 글로벌 빌리지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현상은 무척 흥미롭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