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마이 웰빙/“음식은 곧 행복 실현” 최영미 시인

  • 입력 2004년 4월 1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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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씨가 집근처인 경기 고양시 일산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매자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다. 최씨에게 음식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삶의 목표이자 행복의 척도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최영미씨가 집근처인 경기 고양시 일산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매자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다. 최씨에게 음식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삶의 목표이자 행복의 척도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잘 사는 것(wellbeing)이 많은 이들의 관심거리다. ‘잘 먹는 것’은 웰빙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비싼 돈을 들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잘 먹는 것만은 아니다. 웰빙에 까다로운 요리·외식 전문가나 명사들의 ‘잘 먹는’ 노하우를 통해 진정한 웰빙의 의미를 찾아본다.》

“음식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믿지 않습니다. 그가 무엇을 먹는지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거든요.”

먹는 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다. 삶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그러나 시인 최영미씨(42)에게 음식은 생존의 목적이자, 결과다. 시가 인간의식의 고차원적 구조물이라면, 음식은 그 하부구조다. 시인에게서 이 두 극한(極限)이 만난 것이다.

○ “먹는 걸 보고 사람 판단”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그를 만났다. 일주일에 두 번, 그가 정기적으로 장을 보는 날이다. 살 것을 적은 메모를 들고 부지런히 매장을 누빈다. 쇼핑 카트에는 유기농 야채와 과일, 생선이 가득하다. 고기나 가공식품류는 담지 않는다.

최씨는 “문인들 가운데 엥겔지수가 가장 높은 축에 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욕심과 투자가 많다. 음식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맛있는 것은 혼자 먹어요. 누구와 같이 먹으면 음식에 집중할 수가 없고, 참맛을 알 수가 없잖아요. 친구들은 그래서 내가 독신 체질이라고 하지만….”

친구들의 표현대로, 그가 음식에 ‘목숨을 걸게’ 된 것은 30대 후반 무렵이다. 자유직인데다 혼자 산다는 것은 규칙적으로 끼니를 챙기는 데 최악의 조건.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부쩍 ‘잘 먹는 데’ 주목하기 시작했다.

○ “5대 영양소 꼭 챙겨요”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챙겼는지 확인해 가며 음식을 먹는다. 최근에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려고 칼슘이 든 음식을 꾸준히 먹는다. 냉장고에 멸치나 두부만큼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대부분의 요리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부엌은 독신자의 집에서 으레 가장 허름하기 마련이지만 그의 부엌은 모든 조리기구가 거의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그의 요리에는 양념이 매우 적게 들어간다.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재료가 가진 신선한 맛과 향을 살리는 것이 최고의 요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소금과 후추, 간장 외에는 고추장도 거의 쓰지 않는다. 식용유보다는 올리브유와 참기름을 쓴다.

요리법은 간편하고, 실용적이다. 밥은 12개 이상 잡곡을 넣되, 한번에 많이 지어 일주일분을 각각 공기에 담은 채로 냉동실에 얼려두고 끼니마다 데워 먹는다. 그는 또 있는 재료만으로 요리할 수 있어야 훌륭한 요리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재료를 갖추고 요리하기는 쉽지만 냉장고에 있는 것만으로 무언가 만들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요리법에는 ‘대안 재료’가 적혀 있다. ‘양파가 없으면 파를, 배추가 없으면 김치를 넣는’ 식이다.

그에게 음식은 생존을 넘어 행복의 실현이다. 축구광이기도 한 그는 “축구를 보면서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를 먹을 때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 먹는 것은 가장 빨리 행복해지는 방법이기도 하지요”라고 귀띔한다.

현재 첫 장편소설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최씨의 꿈은 소설책 세 권과 축구에 관한 책, 그리고 요리책을 내는 것이다.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낸 지 10년. 시인은 또 다른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최영미 시인의 간단 웰빙 요리▼

▽비빔밥=갖은 나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른 뒤 달걀을 넣고 휘저어 스크램블을 만든다. 밥에 연두부와 나물, 달걀 스크램블을 넣고, 참기름을 넣어 비빈다.

▽새우 오믈렛=깐 새우 한 주먹가량을 씻어서 채에 받쳐놨다가 칼로 곱게 다진다. 팽이버섯과 양파 또는 파를 비슷한 크기로 썬다. 앞의 재료들에 다진 마늘을 넣고 달걀 2개과 함께 섞어 프라이팬에 익힌다. 후추로 간한다.

▽갈칫국=갈치를 토막 낸 뒤 물에 넣고 끓인다. 고추 양파 배추 무를 썰어 넣는다. 국이 끓으면 마늘 소금 후추로 간한다.

▽연어버터구이=프라이팬에 1회용 버터 절반을 넣고 양파 피망 버섯 마늘을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나머지 버터 절반을 프라이팬에 넣고 연어를 중간 불에 굽는다. 연어와 야채를 커다란 접시에 함께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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