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문학예술]‘불량소년의 꿈’

  • 입력 2004년 3월 12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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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년의 꿈/요시이에 히로유키 지음, 남도현 옮김/208쪽 8000원 양철북

“36기 동료 여러분, 이 장소에서 싸움은 끝났다.”

2002년 3월 1일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에서 가까운 요이치 마을. 호쿠세이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졸업생 답사로 나선 학생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하카마(주름 잡힌 일본옷 하의)를 입은 녀석,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녀석 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녀석들이 졸업식 내내 눈물을 흘렸고 교사들도 오열을 그치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꿈속에서 발버둥치며 벽 앞에서 절망해야 했던 ‘불량소년’들의 진실어린 눈물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13년 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표정으로 울고 있던 이 학교 졸업생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장소에서 담임교사로 서 있다.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원망으로 학교 폭주족으로 밤거리를 헤매던 불량소년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준 한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진실한 교사가 된 자전적 에세이다.

학창 시절 야쿠자와 어울리며 밤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요시이에 히로유키. 이제는 교사가 된 그는 “아이들 앞에서 내가 숨기고 싶었던 죄 많은 기억들을 다 드러내며 만나고 싶었다”고 이 책을 쓴 동기를 밝혔다. 사진제공 양철북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고등학교는 1965년 홋카이도 요이치 마을이 적극적으로 ‘유치 운동’을 나선 끝에 설립됐다. 이 학교는 처음에는 공립 고등학교 낙방자들을, 1970년대부터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학내 폭력학생을, 1980년대에 들어서는 ‘이지메(왕따)’ 문제로 집단따돌림을 당한 학생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90년대 이후에는 문제를 일으켜 퇴학당한 학생, 등교 거부 학생들까지 받아들였다.

1971년 3월 31일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 이혼해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자란 요시이에 히로유키. 그는 초등학교 때 지금의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점점 거칠어져 갔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 폭력서클에 가입하지만 집단따돌림을 당한다. 그는 ‘왕따’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한 사람’이 되고자 난폭해져 갔다. 집에서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동생과 누나를 패고, 새엄마를 밀어버리고, 터클(격투할 때 손가락 관절에 끼는 쇳조각)을 손에 끼고 아버지를 때려 입원시키기까지 하는 패륜을 일삼게 된다. 결국 담임선생님의 머리채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사고를 일으켜 학교에서 퇴학당한다.

그가 돌아갈 수 있었던 학교는 호쿠세이 고등학교. 이 학교에서 그는 처음으로 ‘마음으로부터 교사’라고 느끼는 아다치 선생님을 만나 변화를 겪는다. 그는 졸업 후 법대로 진학하지만 4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중태에 빠진다. 아다치 선생님은 멀고 먼 홋카이도에서 요코하마까지 병문안을 와서 정성껏 간호한다. “요시이에군, 죽으면 안 돼, 너는 내 희망이다. 절대로 죽으면 안돼….”

28세 봄날. 그는 자신의 존재를 구원해 준 아다치 선생님처럼 모교에서 교사가 되는 꿈을 이룬다. 그는 말한다. “불량소년이었던 내가 교단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다치 선생님의 이 말 때문이었다. ‘너는 나의 꿈이다.’”

이 책에는 한 개인의 인생 스토리를 넘어 가정에서 아이들이 받는 상처, 폭력을 휘두르는 청소년들의 자기 심리, 선생님과 학생의 뒤틀린 관계가 생생한 보고서처럼 묘사돼 있다. 또한 이런 불량소년을 변화시키는 교육의 힘은 복잡한 청소년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도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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