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北核해법 6가지 모델

  • 입력 2004년 3월 1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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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을 포기할까.

해답은 북한이 핵 포기 이후의 국가경영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런 전략적 선택을 결단할 능력이 있을지에 달려 있다.

북한의 핵 전환에는 몇 가지 모델이 있다.

▽리비아 모델=미국 정부가 작년 말부터 내세우는 모델이다.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지도자가 대량살상무기의 완전 폐기를 선언하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적대관계는 끝났다. 다른 지도자들도 리비아의 발표를 참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을 염두에 둔 발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핵을 포기한 북한을, 그 체제를 미국은 정말 포용할 수 있을까.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델=미국의 민간 핵 전문가들은 작년 말부터 북한 연구자들과 남아공 모델을 따르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남아공은 냉전 종식과 함께 민주화를 모색하면서 핵 계획을 포기했다. 당시 이 나라는 6.5개의 ‘핵폭발 장치’를 개발했다고 한다. 핵을 포기하는 편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는 한국 미국 일본이라는 적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남아공과는 안전보장 환경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파키스탄 모델=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은 ‘파키스탄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비밀리에 가르쳐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이라면 파키스탄은 핵을 확산시킨 ‘악의 원흉’으로 경제제재를 받아야 할 처지이지만 미국은 알 카에다를 상대로 함께 싸우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체제 유지에 열심이다.

핵을 개발해 확산시켜도 상을 받는 파키스탄 모델을 보고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지 않으면 미국이 제대로 대해주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 단계까지 돌진하면 미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모델=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이 북한의 선택에 좀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한국의 전 대통령보좌관은 “중국은 내심 북한이 개혁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중국의 관심은 비핵화와 체제유지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개혁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재등장이라는 지도자 교체에 의해 실현됐다. “김정일(金正日)을 대체할 세력은 군부 외에는 없다. 게다가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페리 전 미 국방장관)

▽이라크 모델=미국은 북한이 리비아 모델을 받아들이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그들이 HEU는 없다고 발뺌하거나, 감추려 시도한다면 제 무덤을 파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담 후세인처럼 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 모델을 위협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효과는 그리 클 것 같지 않다. 북한은 11월의 미 대통령 선거까지는 미국이 세게 몰아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 모델=전직 주미 한국대사는 “북한은 리비아와 다르다. 북한을 다룰 때는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평화와 안정의 틀을 갖춰 나가면서 핵 위기를 해결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즉 북한 모델이다.

북한 모델은 이미 응용되고 있다. 1994년 북-미간의 포괄적 합의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그것이다.

이 장치들은 동북아의 평화환경을 구축하는 역할을 했지만 성과는 부분적이었다. 북한의 공포감과 북-미 쌍방의 불신감이 마지막까지 벽으로 남았다.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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