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의 건강파일]<2>지휘자 금난새

  • 입력 2004년 2월 1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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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음악회, 마라톤 콘서트, 주부를 위한 굿모닝 클래식…. 클래식 음악이 일반 대중과 친숙해진 계기들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유라시안 필하모닉의 단장(CEO) 겸 지휘자 금난새씨(56)가 있었다. 169cm의 키에 62kg의 체중. 호리호리하다. 그는 지난해에만 90회의 연주를 소화했다. 이동할 때도 단원들과 똑같이 버스를 탄다. 강행군이다. 그는 소문난 미식가다. 강행군을 이겨낸 것도 ‘잘 먹어서’ 가능했단다. 아내의 음식 뒷바라지가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벌써 7년째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단다. 가족은 모두 영국에서 살고 있다. 건강한 남자도 홀로 남겨지면 몸을 망치는 법. 그러나 그는 잔병치레도 없다. 보약을 먹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식사를 하느냐가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의 식사 철학을 들어봤다.》

건강한 남자도 홀로 남겨지면 몸을 망치는 법. 그러나 그는 잔병치레도 없다. 보약을 먹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식사를 하느냐가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의 식사 철학을 들어봤다.

# 대화와 식사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의 일식집 ‘오구레스시’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강력하게 추천한 곳이다. 이 식당 ‘오 사장’은 그의 십년지기. 전속 주방장이란다.

“날씨가 어때요?”(금씨)

“태풍입니다.”(오 사장)

밖은 화창한데 태풍이라니…. 둘만의 암호란다. 손님이 많으면 태풍, 없으면 가뭄이라나. 무슨 아이들 놀이 같다.

그러고 보니 두 남자의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어른들은 식사시간에 떠들면 방정맞다고 꾸짖지 않았던가. 금씨의 반박이다.

“아닙니다. 식사할 때 대화는 최고의 감미료입니다. 세상 이야기도 하고 개인 고민도 털어놓고…. 대화상대를 구하지 못하면요? 메모지에 글씨라도 쓰면서 식사를 합니다.”

# 시간과의 싸움

절대 식사시간을 어기지 말 것. 그의 식사 철학 2장에 나오는 말이다. 식사시간을 묻자 바로 대답이 나온다. 오전 8시 반∼9시, 낮 12시 반∼1시 반, 오후 7시 반∼8시 반….

저녁 연주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식사시간을 어기는 법이 없다. 그러나 말이 쉽지 식사시간을 정확히 지키기란 ‘프로 주부’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만든 게 ‘식사계획표’다.

“평소 이동 경로를 따라 8곳 정도 단골집을 만들었죠. 영양 균형을 위해 한식, 중식, 일식, 퓨전식 등 다양하게 정합니다. 오늘은 이 식당의 이 음식, 내일은 저 식당의 저 음식 하는 식으로 식단을 짭니다.” 이렇게 하면 끼니를 놓치지 않는다. 우선 차량으로 이동하기 전에 식사계획표에 맞춰 미리 예약전화를 한다. 식당에 도착하면 바로 음식이 나온다. 아무리 바빠도 45분 정도의 식사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 식사와 아이디어

약간의 아이디어를 내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단다. 그가 내세운 첫 아이디어는 칭찬. 식사를 하기 전에 “맛있어 보이네요”, 식사를 할 때는 “정말 맛있네요”, 식사를 끝낸 뒤에는 “오늘(또는 그동안)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어요”라고 말하란다. 이렇게 하면 실제 맛있게 느껴지고 음식을 내 온 사람도 뿌듯해진다고 한다. 이 아이디어는 결혼한 뒤부터 20년 넘게 지켜왔다.

그는 발상의 전환도 주문했다. 식사 순서를 바꿔 보라는 것. 그는 “메인디시(주 요리)와 사이드디시(반찬, 후식 등)를 정한 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가령 일식에서 밥과 오이, 알을 넣어 먹는 일명 ‘마끼’의 경우 보통 식사 마무리에 먹지만 그는 식사 전에 먹는다. 양념이 돼있지 않은 시원한 오이와 톡톡 터지는 알이 입 안에 청량감을 주고 식욕을 돋우기 때문이란다.

# 물도 가려 먹어라

그는 여행을 자주 한다. 음식 때문에 탈이 나거나 고생했을 법도 한데 의외로 그런 적이 없단다. 비결은 바로 ‘물’이었다.

“여행지에서는 절대 찬물을 먹지 않습니다. 꼭 따뜻한 물을 먹죠. 감염질환에 걸릴 확률도 적고 위에 부담도 적은 것 같아서요.”

어렸을 때부터 찬 것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쓰려 평소에도 찬물은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탄산수(미네랄워터)는 예외다. 하루에 탄산수를 300∼500mL는 마신다. 특히 갈증이 많이 나고 땀을 흘렸을 때 좋다고 한다. 연주회가 끝나면 반드시 탄산수로 수분을 보충할 정도다.

먹는 만큼 ‘배출’도 중요하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용변을 보되 절대 1분을 넘기지 않는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규칙적이며 여유있는 식사, 소화질환 위험 줄여▼

똑같은 음식이라도 식사법에 따라 득(得)이 될 수도,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지휘자 금난새씨의 식사법에 대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절제된 식사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의학적으로 봐도 좋은 방법”이라고 평했다.

강 교수는 이어 “금씨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상황에서 체득한 이 방법은 기러기 아빠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사시간을 엄수하는 것은 소화작용을 돕는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게 되면 소화기관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 불규칙하게 식사하면 위산과 장내의 각종 소화액이 무리하게 분비돼 소화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음식을 먹는 것 역시 현명한 선택이다. 소화기관에 무리가 덜 갈 뿐 아니라 포만감이 느껴져 과식을 피할 수 있다. 또 편안하고 여유 있는 식사가 돼 정신적으로도 안정된다는 것.

사실 섬세한 지적노동을 하는 예술가들은 불규칙적인 식사로 소화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금씨는 좋은 식사법 때문에 이런 위험을 피했다.

금씨의 경우 찬물을 마시면 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탄산수를 자주 마시는 것은 좋다. 탄산성분이 제산작용을 해 위속의 산을 묽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 탄산수의 청량감이 갈증을 없애주고 기분을 좋게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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