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 클리닉]<8>손발저림증…말초신경병 의심을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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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저리면 ‘말초혈액순환장애’ 또는 ‘중풍의 초기 증세’라고 지레짐작하고 겁부터 내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이것은 잘못된 의학상식이며 혈액순환장애 혹은 중풍에 의한 손발 저림은 매우 드물다. 뇌중풍 때 손발 저림은 갑자기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몸 한쪽에서만 증세가 생기고 저린 증세가 왼쪽 또는 오른쪽에 걸쳐 나타나며 증세가 사라지기도 한다. 입술 주위가 저리거나 언어장애, 반신마비를 동반할 수도 있다. 》

말초혈액순환장애가 있을 경우 손발 저림보다는 손발가락의 통증이 더 흔하며 손발가락 끝이 차다. 찬물에 손발을 넣으면 손발가락 끝이 희게 바뀌고 손발의 땀 분비량이 많아지거나 적어진다. 손발목 부위의 맥박이 약해지며 동맥경화, 혈관염, 레이노병, 버거병 등이 원인이지만 이 때문에 손발이 저리는 경우는 실제로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손발 저림은 말초신경병에 의해 발생한다. 침범되는 신경의 부위에 따라 단발성 말초신경병증과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으로 크게 나눈다. 손 저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은 손목굴증후군으로 손목부위 손목 인대 사이에서 정중신경의 압박에 의해 손이 저리게 된다. 이 경우 손바닥과 엄지와 중지의 손가락 끝의 저린 증세가 특징이다. 손바닥 쪽에만 증세가 있으며, 손등이나 새끼손가락에는 증상이 없다. 뇌중풍에 의한 증세와는 달리 갑자기 발생하지 않고 서서히 발생하며, 손잡이를 잡거나 운전할 때, 그리고 잘 때 주로 저린 증상이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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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여성들이 흔히 경험하며 심한 경우 엄지두덩근의 위축이 동반된다. 과도한 손목 운동, 외상, 관절염, 건염, 갑상샘기능저하증, 유전분증, 임신, 당뇨병 등이 원인이다.

손발 저림이 양쪽에 동시 다발로 시작되면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야 한다. 손발에 동시에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발부터 시작한다.

아랫목뼈, 허리뼈, 엉치뼈의 신경근 이상도 손발 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목덜미나 아래 허리 부위로부터 손발로 뻗치는 통증이 특징이며 근력 약화나 근육 위축이 동반될 수 있다. 디스크나 퇴행성 척추관절염 등이 대표적인 원인질환이며 그 밖에 류머티스 관절염, 뼈엉성증(골다공증), 외상, 종양 등 척추변형을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척수병에 의한 손발 저림은 대부분 몸 양쪽에 나타나며, 운동 및 감각 마비, 배뇨 및 배변장애가 동반된다. 운동 및 감각이상은 가슴이나 배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부위에 걸쳐 발생하며 척수염이나 다발성경화증, 척수경색 외상 등에 의해 유발된다.

손발 저림의 원인은 중추 및 말초신경계에 걸쳐 매우 다양하며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질환의 규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증상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이 가장 중요하다. 신경전도 검사 및 근전도검사로 대부분의 신경병증을 확진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혈액이나 소변 검사, 방사선 촬영 등이 원인질환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다.

이광우 (서울대 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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