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요즘처럼 직장에서 혁신이 강조된 적도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혁신은 우리나라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다.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모든 경영자들을 혁신이라는 구호 아래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안타까운 것은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실천한 기업은 드물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혁신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혁신은 일회적인 혁신이 아니다. 저자는 역량으로서의 혁신을 강조한다. 혁신을 하나의 역량으로 발전시킨 기업은 한두 가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의존하지 않을뿐더러, 혁신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지정하는 인위적인 혁신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 내의 모든 사람들이 항상 혁신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를 찾아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혁신은 일회적인 행사에 불과하다. 자유 토론을 중심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채택된 것을 상품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면 역량으로서의 혁신, 즉 혁신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가. 저자는 혁신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 내부의 개선 사항만을 살피기보다는, 고객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단순히 고객의 요구를 해결해주는 차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에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혁신은 그저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경영 합리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관점에서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혁신은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인력이나 자금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한꺼번에 혁신을 추구할 수는 없다. 혁신의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따라서 차별화하기로 한 업무나 역량을 최우선적인 혁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저자는 차별화하는 것 이외의 업무나 보조적인 역량은 차라리 자동화하거나 아웃소싱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혁신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식이나 도구,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행동이 따르지 않고 습관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이란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직원들을 중시하는 기업만이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많은 기업들은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직원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결국 저자의 주장처럼 혁신은 조직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가야 한다. 많은 혁신이 실패하는 것도 기업 문화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호성 혁신이 아니라 내실 있는 혁신에 관심 있는 경영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경영학 dhlee67@pops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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