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16>"땅을 어머니의 살처럼 여기라"

  • 입력 2003년 5월 2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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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천도교중앙총부, 교화관 차장)
이선영(천도교중앙총부, 교화관 차장)
한 떼의 어린 학생들과 마주쳤습니다. 재잘거리며 과자껍질, 아이스크림 껍질을 벗깁니다. 어떻게 버릴까 눈길이 따라갑니다. 아니 이런… 그냥 길바닥에 버리는 것입니다.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분이 또 마주 옵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습니다. 또 눈길이 따라갑니다. 꽁초를 버리네요. 그 뒤에 오는 분은 가래침을 탁 뱉고 지나갑니다.

집 앞에 오니 골목길이 지저분합니다. 하루종일 꼬마들이 뛰어 놀았는지 사탕껍질, 장난감 부서진 것, 깨진 유리조각도 있습니다.

앞집 할아버지께서 빗자루를 들고 나오시면서 “이 녀석들아 유리 밟지 않게 조심해라” 하십니다. 어째서 저 꼬마들의 엄마 중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텔레비전을 보니 식수원 오염이 심각하다, 오늘 하루 공기 오염도가 어떻다 하는 뉴스가 이어집니다. 어제는 어떤 지역의 축산폐수가 아무 규제 없이 방출된다는 것과 공장 폐수를 밤중에 몰래 내버렸다던가 하는 소식이었는데…

다른 채널을 보니 예쁜 여자어린이가 물 한 컵을 마시고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내가 버린 생활하수 내 아이가 마십니다’라는 말이 따라 나오네요.

저녁식사 하는 가족들에게 “음식 남기지 마라, 남긴 건 다 쓰레기로 나간다”며 잔소리를 합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세제를 조금만 써야지 하며 행주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봅니다.

맑은 청수 한 그릇을 앞에 놓고 저녁기도를 하면서 ‘설거지 물이나 아무 물이라도 땅에 부을 때에 멀리 뿌리지 말라, 가래침이나 코를 함부로 땅에 뱉지 말라, 이것은 곧 어머니의 얼굴에 뱉고 버리는 것이다. 어쩌다 그랬다 하더라도 곧바로 닦아 없애라. 땅을 소중히 여기기를 어머니의 살처럼 여기라’ 하신 해월 최시형의 가르침을 되새깁니다.

이선영(천도교중앙총부 교화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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